오늘은 김수환 추기경이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되는 날이다. '감사합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말씀을 남기고 간 지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세월이 지나간 오늘, 추기경이 더욱 그리운 것은 작금의 우리 사회가 그의 염원과는 다르게만 가고 있기 때문일까. 사랑과 평화, 상생과 화해보다는 적대와 혼란과 갈등과 소외의 그늘진 단어들만 득실거리는 이즈음에 현대사의 큰 어른이었던 '바보 김수환'의 빈자리는 그만큼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수환 추기경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아픔을 따뜻하게 보살펴 준 선한 목자였으면서 시대의 어두움을 온몸으로 밝힌 올곧은 선각자이기도 했다. 신앙과 삶이 다르지 않았던 추기경의 일생은 독선과 도그마에 갇혀 사회적 혼란과 갈등을 가중시키거나 혹세무민을 일삼는 종교적 난맥상을 일침하는 죽비에 다름 아니었다.
침략의 원흉인 일제의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를 의거 84년 만에 가톨릭 사상에 의거한 평화주의자요 인권운동가로 정체성을 복원한 성직자도 김 추기경이었다. 추기경은 타 종교에 대한 이해와 행보 또한 무장무애(無障無礙) 그 자체였다. 심산 김창숙 선생의 묘소에서 술을 따르며 유교식 참배를 했는가 하면, 서울 길상사 개원 법요식에 참석하는 큰 걸음을 하기도 했다.
유신 체제와 5공 군부독재의 반민주적 철권통치에 양심의 목소리를 드높이고 인권 보호에 앞장서면서 이 나라 민주화에 분수령을 이루기도 했다. 질박한 동그라미 안에 눈, 코, 입, 귀를 간결하게 터치한 후 '바보야'라고 쓴 자화상은 가여운 사람들을 한없이 따뜻하게 대했으면서도 자신에게는 더없이 엄격했던(待人春風 持己秋霜) 내면적 세계를 상징한다.
추기경의 선종 10주기를 맞아 전국에서 다양한 추모 행사도 열린다고 한다. 누구보다 높은 곳에 있었으면서도 누구보다도 낮은 곳에 임하며 그늘진 삶에 빛과 희망을 심어줬던 추기경의 고결하고 위대한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김수환 추기경이 생전에 남긴 말씀과 발자취는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되새겨야 할 영원한 복음이요 삶의 이정표이기 때문이다.
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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