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월대보름, 안동부 신목에서 고을부사 당제 등 안동 곳곳에서 당제

안동에는 부임하거나 퇴임하는 부사가 안동부 신목에서 제사를 지내는 오랜 전통이 이어져오고 있다. 사진은 권영세 안동시장이 18일 자정 안동부 신목에서 지역 발전과 주민 안녕을 기원하는 고유제를 올리고 있다.
안동에는 부임하거나 퇴임하는 부사가 안동부 신목에서 제사를 지내는 오랜 전통이 이어져오고 있다. 사진은 권영세 안동시장이 18일 자정 안동부 신목에서 지역 발전과 주민 안녕을 기원하는 고유제를 올리고 있다.

"유세차~기해년 정월 대보름날 안동시장은 신목에 엎드려 고하나이다. 시민들이 건강하고 지역 발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굽어살피옵소서~상향~"

정월 대보름 기운이 차오르기 시작한 18일(음력 1월 15일) 자정. 인적이 끊기고 휘영청 달빛만이 비출 때 즈음 권영세 안동시장은 의관을 정제하고 안동부 신목앞에 엎드려 군민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를 올렸다.

안동시장의 안동부(安東府) 신목제사(神木祭祀)는 안동부사나 군수가 부임하거나 퇴임할 때 행해졌던 안동 고을만이 가진 특이한 의전(儀典)행사로 이어져오고 있다.

안동부 당제는 기록이 없어 시작연대는 알 수 없으나, 1930년쯤 조사 보고된 '한국의 지리 풍수'에 기록돼있는 내용으로 보아 조선 초기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후 매년 정월 대보름 첫 시에 고을의 책임자가 지내온 전통풍습이다.

옛 군수 관사 터인 웅부공원에 위치한 당신목은 수령이 800여 년의 높이 15m, 직경 약 2m의 느티나무로 신라 때 의상대사가 심은 나무라는 설이 전해오고 있다.

'제주'(祭主)인 안동시장은 신목 제사를 위해 제사 3일 전부터 근신하며 몸가짐을 깨끗이 하고, 과일·어육·편(떡)류 등 제수를 정성껏 마련해 제사를 지낸다.

이날 제사에 쓰인 제물은 대보름날 아침 안동시청 부서별로 나눠서 전 직원이 음복했으며, 이 떡을 먹으면 소원을 성취한다고 전해오고 있다.

하회마을은 정월 대보름날 아침 화산 서낭당을 시작으로 중당, 하당까지 3곳에서 당제를 지내고 있다. 사진은 서낭당에서 제를 지내는 모습. 안동시 제공
하회마을은 정월 대보름날 아침 화산 서낭당을 시작으로 중당, 하당까지 3곳에서 당제를 지내고 있다. 사진은 서낭당에서 제를 지내는 모습. 안동시 제공

정월 대보름, 다른 어떤 행사보다 앞서 치르며 중요하게 여기고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이 '동제'(洞祭)다. 동제는 마을의 안녕과 화합, 풍년 농사를 기원하는 제사로 대개 마을의 전설과 관련된 고목,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서 지내게 된다. 전통사회에서 동제는 마을공동체의 염원이 담겼다.

안동지역 곳곳에서 정월 대보름 동제가 열렸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하회마을은 정월 대보름날 아침 6시 30분 마을의 주산인 '화산'(花山) 중턱에 자리 잡고 있는 서낭당을 시작으로, 중당(中堂)인 국신당(國神堂)과 하당(下堂)인 삼신당(三神堂)을 돌며 동제를 올린다.

안동지역에는 홍건적의 난을 피해 안동으로 온 공민왕 관련 동제가 곳곳에서 이어져 오고 있다. 사진은 19일 오전에 지내는 도산면 내살미 왕모당 당제 모습. 안동시 제공
안동지역에는 홍건적의 난을 피해 안동으로 온 공민왕 관련 동제가 곳곳에서 이어져 오고 있다. 사진은 19일 오전에 지내는 도산면 내살미 왕모당 당제 모습. 안동시 제공

'홍건적의 난'으로 안동에 몽진한 공민왕을 추모하고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공민왕 관련 동제는 도산면 가송리 딸당, 용상동 공민왕당, 예안면 정자골 며느리당, 신남리 딸당에서 18일 자정에 동제가 열렸다. 풍산읍 수리 국신당과 도산 내살미 왕모당에서는 19일 오전에 올려진다.

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에도 제사를 올린다. '녹전 사신리 느티나무 당산제'와 '길안 송사리 소태나무 동제', '임동면 대곡리 굴참나무 동제'로 사라져 가는 우리 고유의 민간신앙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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