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록위마(指鹿爲馬), 사슴(鹿)을 가리켜 말(馬)이라고 한다는 뜻이다. 진시황이 죽자 환관 조고(趙高)는 황제의 조서를 위조하여 막내아들 호해(胡亥)를 황제로 앉혔다. 21살에 황제가 된 호해는 글을 가르친 스승이자 자신을 황제로 만들어준 조고에게 국정을 맡겼다. 조고는 이른바 국정농단을 하고, 급기야 모반을 일으켜 황제가 될 생각을 했다. 문제는 대신들이 자신을 따라줄 것인가였다.
대신들을 시험하기 위해 조고는 황제에게 사슴 한 마리를 바치면서 '말'이라고 했다. 황제가 어찌 사슴을 말이라 하느냐고 묻자, 그는 좌우를 둘러보며 대신들에게 물었다. 그가 한 말을 따라 말이라고 아부하는 자, 침묵하는 자, 정직하게 사슴이라고 하는 자로 갈렸다. 사슴이라고 한 자들은 나중에 조고에게 암해를 당했다. 대신들은 더욱 그를 두려워하게 된다. 사마천의 '사기' 진시황본기(秦始皇本紀)에 나오는 대목이다. 이 이야기는 사실일까. 사슴은 권좌를 상징한다. 황제 자리를 뜻하는 사슴을 누구나 탈 수 있는 말이라고 했으니 이런 대역무도도 없을 것이다.
이 황당한 이야기는 다른 버전도 있다. 조고와 만난 적이 있는 육가(陸賈)가 후일 한 고조 유방(劉邦)에게 올린 '신어'(新語) 이야기이다. 조고가 사슴을 타고 황제를 따라나섰다가 황제로부터 왜 사슴을 타고 있느냐고 문책을 당하자, 조고는 자기가 타고 있는 것은 말이라고 우겼다. 신하들도 눈치를 보며 조고는 사슴이 아니라 말을 타고 있다고 했다. 황제는 사슴을 말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
지록위마는 특히 힘이 있는 자가 고의로 흑백을 전도하고 시비를 흐리는 행위를 가리킬 때 자주 쓰인다. 국정농단 사태에서 518 망언까지 쏟아내는 특정 정치집단을 보며, 지록위마를 떠올리는 사람은 나 혼자뿐일까. 후에 조고는 모반을 꾀하다 결국 처참하게 살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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