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클리닉] 병원도 식품 고르듯 '꼼꼼히'

윤영득 신&장내과 원장

윤영득 신&장내과 원장
윤영득 신&장내과 원장

투석환자를 봐온지 15년 남짓, 아직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화타의 재주는 없지만 인공신장실에 들어서는 환자의 얼굴만 봐도 밤새 무슨일이 있었는지 정도는 알 수 있다.

치료를 위해서라곤 하지만 일주일에 두세 번씩4시간을 같이하니 웬만한 가족보다 더 오랜 시간을 함께해 그럴 것이다.

환자라기 보단 가까운 이웃처럼 이것저것 편하게 물어보고 나도 아는 만큼 대답한다.

투석을 하면 얼마나 더 살수 있는지,하던 일은 할 수 있는지, 아기를 가질 수 있는지 등등...궁금증도 다양하다.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뭘 먹으면 콩팥이 좋아질까 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런 음식이나 약은 아직 없다.바나나 같은 과일은칼륨이 많아 줄여야하고,배달 음식은인이 많아피해야하고, 어떤약은 줄여서 복용하고,어떤 약은 위험하니 쓸 수 없다고답한다.

합병증으로 투석에 이를 만큼 오랜 세월 병을 앓은 환자면 몰라서 물어본 말은 아닐 것이다.

그 질문은 어떻게 해야 내가 조금이라도 더 살 수 있을까라는 절실함의 다른 표현임을 알기에 명쾌한 답을 못하는 필자의 맘은 늘 불편하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건강한 모습으로 오래도록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심혈관계 합병증을 줄이기 위해 애쓰고, 감염을 낮추기 위해 애쓰고,투석 효율을 높이기 위해 애쓰고, 정수액 순도를 높이기 위해 애쓴다. 필자뿐만 아니라 신장내과 의사라면 모두들 그렇게 노력하고 고민한다.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극대화되어 물건을 하나 구매하더라도 많은 것을 살피게 된다. 식료품의 원산지와 칼로리, 포화지방산, 나트륨 함량을 따지고 공기청정기의 기능과 필터 등급을 따진다.

정수기의 정수방식과 미생물 제거율을 비교한다. 낯설고 어려운 용어들을 공부해가면서 비교해 물건을 구매하는 것은 나와 가족의 건강을 위한 노력들이다.

하물며 아파서 병원을 찾을 때는 이보다 더 절실한 마음으로 어디가 더 좋은지 살피고비교하고 노력하지 않겠는가? 내가 다니는병원의 의사는 신장전문의인지, 의료팀은 숙련된 기술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지, 신장실은내성균이나 전염병과 같은 감염에 노출된 환경이 아닌지, 고효율 투석막을 쓰는지, 마시는 물보다 더 중요한 정수액은 역삼투압만 하는지,전기탈이온으로 한번 더 순도를 높인초여과액인지 따지고 묻는건 까다로운 환자라서가 아니라 좋은 음식이나 뛰어난 전자제품을 찾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는 당연한 일이고, 거기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또한 의사의 당연한 임무이다.

투석은 효과적이고 안정된 신대체 요법으로 인정되어 왔으나,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주는 치료법은 아니다. 질병을 지닌채 살아가야하는 투석환자들은 치료과정에서 신체적 제한, 신체상 변화, 사회활동 제한, 불안, 우울 및 대인관계의 어려움과 같은 다양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단지 삶을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질을 살펴야 하는 이유이다.

2017년 보건 통계 자료에 따르면 혈액 투석의 경우 5년 생존율은 70.2%로 과거보다는 많이 높아졌으나 아직도 전체 암환자 5년 생존율 70.7% 보다는 낮다. 그만큼 중증도가 높은 질환이고 역설적으로 환자와 가족들에게는 하루하루가 더 소중하고 간절한 나날들이다.

그렇기에 의료진은 생명의 연장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의료진뿐 아니라 환자 역시 본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더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한다. 투석간 체중 증가를 신경쓰고 칼륨과 인 함량 음식섭취에 주의하고 규칙적인 운동과 같은 개인적 노력은 기본이다.

사회적, 경제적 환경 때문에그냥 병원을 선택하고,투석은 어디나 똑같지 뭐가 다르겠어 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치료를 받을 것이 아니라,식료품을 검토하고 공기청정기를 고르는 만큼의 노력으로 병원을 찾아야하지 않을까? 또 의료진과 함께 환자가 주체적으로 치료에 참여한다면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도움말; 경산 윤영득 신&장내과 윤영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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