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첫 공동직장어린이집 개원 반년 만에 "폐원"…날벼락 맞은 학부모들 "어린 자녀 맡길 곳 없다" 반발

지역의 유망 강소기업이 최근 설비 투자 확대를 이유로 국비 15억원을 지원받아서 지은 대구 첫 중소기업 공동직장어린이집을 일방적으로 폐원·철거하겠다고 통보해 학부모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다니고 있는 원아 60명에다 올 상반기 등록을 마친 신입 원아 40명 등 100명의 아이들이 오갈 데 없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최근 달성군 성서5차산업단지에 입주한 A사가 오는 4월 직장어린이집 폐원·철거를 결정하고 앞서 받은 국비 지원금도 반환하겠다고 밝혀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18일 밝혔다.

시에 따르면 '대구시 스타기업' 및 '월드클래스 300'에 선정된 A사는 대구 최초로 고용노동부 '중소기업 공동직장어린이집 공모사업'에 선정돼 21억원(국비 15억원, 자부담 6억원)을 들여 어린이집을 짓고 지난해 9월부터 운영해 왔다.

21억원이 들어간 어린이집은 연면적 1천485㎡에 2층 건물이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보다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크고 좋은 재료로 짓다 보니 건축비가 많이 들었다는 게 A사의 설명이다.

때문에 해당 어린이집은 A사와 컨소시엄을 맺은 인근 중소기업 등의 직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갑작스러운 폐원·철거에 대해 A사는 지난해 중국 수출 등 생산 수요가 10배 이상 급증하면서 설비 증설이 시급해졌는데, 주변 부지 매입에는 수백억원의 추가 경비가 들다 보니 불가피하게 기존 부지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새롭게 들어설 시설이 가스저장소여서 폭발 등 안전사고도 우려돼 어린이집 운영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당장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어진 학부모들은 "회사끼리 협약을 맺고 설치한 어린이집을 반년 만에 폐원하는 건 말도 안 된다"며 "이미 다른 어린이집 모집 절차도 마무리된 상황에서 일방적인 폐원 결정은 기업 이익만을 좇는 이기주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부모 불만이 잇따르자 대구시와 달성군, 근로복지공단은 A사에 어린이집 운영을 계속하거나 학부모 및 원아 피해를 줄이기 위해 폐원 시기를 조금만 더 연장해 달라고 설득하고 나섰다. 회사가 지원받은 국비를 전액 반환한다고 나선 상황에서 이를 막아설 만한 법적 근거는 없기 때문.

대구시 관계자는 "우선은 대책 마련을 위해 A사가 올해까지만 운영을 계속해줄 것을 설득하고 있다"며 "아울러 원아와 보육교사가 전원·고용승계할 수 있도록 국공립 어린이집 신설 등 다양한 대책에 대해 구상 중"이라고 했다.

A사 관계자는 "주변 민간 어린이집 등에 공문을 보내 원아 전원 입소는 물론 보육교사 이직 채용에 대해서 문의하고 있다"며 "대구시, 달성군 등 행정당국과도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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