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SKY 캐슬'로 인해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의 공정성 부분이 다시 이슈가 되고 있다. 모두가 만족하는 입시가 없음에도 유독 학종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는 교과전형이나 논술전형과 달리 학종은 명확한 평가기준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학에서는 학종 합격자의 평가 근거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제공하더라도 교육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또한 다른 전형과 달리 합격자의 등급 분포가 다양하게 형성된다는 점도 의문을 갖게 한다. 학종 합격자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중앙대와 경희대의 경우를 보면 합격자 평균 등급이 2~3등급정도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중앙대는 탐구형 전형에서 학과에 따라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1등급인 합격자 수보다 2등급 합격자 수가 많은 경우도 있으며, 1등급과 3등급 합격자 수에서 거의 차이를 보이지 않는 학과도 있다. 경희대 역시 학과별 합격자 평균등급이 무의미해 보일 정도로 합격자의 분포가 넓게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학생에 따라 1등급의 성적을 가지고 불합격하고 3등급의 성적을 가지고도 합격하는 이유를 대학에서 자세하게 설명해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물론 대학은 자체 선발기준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서류평가에서도 세부지표를 활용하여 선발하고 있지만 이를 공개하고 있지 않기에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종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필자가 예전 칼럼에서 합격자 평균등급보다 낮은 등급으로 합격한 학생들을 '샤이(Shy) 합격자'라 언급한 적이 있는데, 합격 이유를 제대로 알 수 없기에 합격 사실을 당당히 밝힐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현실 가운데 올해 경희대학교 입학처가 유의미한 정보를 공개했다. 경희대에 지원한 학생들 중 과학Ⅱ 과목 이수 합격자의 서류평가 점수를 공개 한 것이다. 이 자료를 보면 지원학과에서 요구하는 학업역량은 이수 과목을 통해 평가받고 있는 듯하다. 물론 모든 합격자가 이수과목에서 우위를 보인 것은 아니지만 학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자료로 해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계공학과에 지원한 학생 중에서 물리Ⅱ를 이수한 비율은 59%였는데 합격자의 이수 비율은 73%에 다다랐다. 산업경영공학과는 화학Ⅱ 이수 비율이 70%였는데 합격자의 이수 비율은 90%에 육박했다. 이는 학과에서 요구하는 학업역량이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의 이수에서부터 격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국어, 영어, 수학, 과학의 평균등급이 높은 것도 의미가 있지만 어떤 과목을 이수 했는지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과학Ⅱ 과목의 경우 서울대를 지원하는 일부 학생을 제외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능에서 과목으로 선택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단위학교에서도 과학Ⅱ 과목을 개설하는데 부담을 가지고 있으며 학생들도 수능 출제과목인 과학Ⅰ 위주로 학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올해 입학하는 신입생은 자신의 진로에 맞는 선택과목을 이수하게 되어있다. 교육부에서 제공하는 선택과목 가이드북을 보면 계열(학과)에서 요구하는 과목을 제시하고 있다. 계열(학과)의 성격에 맞게 권장 과목을 제공하고 있는데 가장 눈에 띄는 계열은 단연 의학계열이라 할 수 있다.
제시 된 과목을 보면 과학교과의 생명과학Ⅰ,Ⅱ 화학Ⅰ,Ⅱ와 함께 사회교과의 윤리와 사상, 정치와법, 심리학 등의 과목을 권장하고 있다. 여기서 사회교과 권장과목은 지금까지 자연계열 최상위권 학생들이 이수한 과목과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제공한 선택과목 안내서에 따르면 위에 제시된 과목은 학과별로 필요한 최소한의 과목임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의학계열에 관심 있는 학생이라면 위의 과목을 포함해서 철학, 논리학, 보건 등의 과목을 이수하는 것이 평가에서 유리하게 작용 될 수 있다.
이렇듯 학종을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 '학과 중심주의'라는 사실이다. 학과별 인재상에 부합된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서는 지원학과의 성격에 맞는 과목을 제대로 이수하는 것이 우선이다. 우리 지역은 단위학교에서 개설되지 못하는 과목을 공동교육과정으로 운영하고 있으니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에 맞는 과목을 적극적으로 이수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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