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스라엘-폴란드 밀월관계서 역사 문제로 파국 급변

네타냐후 홀로코스트 책임 거론, 양국 뇌관 건드려

이스라엘과 폴란드가 순탄한 밀착 관계를 형성하다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책임'이라는 역사 문제에 부딪히면서 양 국 사이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발단은 벤야민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으로 촉발됐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14일 미국 주도로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열린 중동문제 콘퍼런스 참석 중 이스라엘 언론에 "폴란드인들이 나치에 협력했다"고 밝혔다. 일부 이스라엘 언론은 네타냐후 총리가 '폴란드인들'(Poles)이 아니라 '폴란드 국민'(The Poles)을 언급한 것으로 보도해 논란을 일으켰다.

네타나후 총리가 자신의 발언을 해명해 경색 국면이 풀리는 듯 했으나 이스라엘 카츠 외무장관 대행이 18일 "폴란드인들은 홀로코스트 당시 유대인 학살에 참여했다"며 "폴란드는 유대인들의 가장 큰 묘지가 됐다"고 말해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이에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18∼19일 예루살렘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비셰그라드(폴란드·헝가리·체코·슬로바키아 등 4개국)와 이스라엘의 정상회담에 자신은 물론 대표단을 파견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외교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폴란드와 이스라엘은 폴란드가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이란 강경노선을 적극 지지하고 나선 데다 지난주에는 자국에서 미국의 입장을 강화하기 위한 중동회의를 개최하는 등 미-이스라엘과 공조에 나서 밀착관계를 형성하던 중이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폴란드를 비롯한 우익 성향의 동유럽국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이스라엘 우익정권에 비판적인 서유럽국들을 견제할 심산이었으나 홀로코스트 카드를 성급히 내미는 바람에 오히려 관계가 악화되고 말았다. 이스라엘과 폴란드 현 정부는 특히 올해 모두 총선을 앞두고 있어 유권자들의 표심을 고려할 때 홀로코스트 이슈에 있어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차 대전 당시 폴란드에서 발생한 유대인 학살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으나 아직 정리되지 못한 채 역사적 쟁점으로 남아있다. 많은 이스라엘인은 홀로코스트에 대한 폴란드의 책임을 역사적 사실(fact)로 간주하고 있다. 2차 대전 중 폴란드를 점령한 독일 측이 어떻게 폴란드 거주 유대인 90%를 학살할 수 있었는지 폴란드는 이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폴란드의 도움이 없었다면 대학살이 가능했겠느냐는 추궁이다.

폴란드 정부는 일부 개별적 소수 폴란드인이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협력했다는 입장이다. 폴란드 정부는 독일 점령 기간 300만 비유대 폴란드인들이 희생되는 '폴로코스트'(Polocaust)를 겪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한편으로, 이스라엘의 유대인 희생자 추모센터인 야드 바솀은 나치 점령 기간 수천 명의 폴란드인이 나치로부터 처형 위협을 무릅쓰고 유대인을 구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김지석 선임기자 jiseok@imaeil.com·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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