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경제 정책

법무법인 천우 이정호 변호사

이정호 변호사
이정호 변호사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미쳐온 파장

文정부의 예측과 달라진 부분 많아

경제는 복잡하고 다층적 측면 가져

밑에서 우러난 외침까지 수용해야

입춘을 지나 설, 정월 대보름에 이르기까지 새해를 맞아 사람들은 두루 이웃 간에 안녕과 번영을 기원한다.

마찬가지로 경제정책 수립이나 실천에 있어 일선에서 뛰는 기업가들의 소망이나 현장 상황이 다양한 경로로, 또 입체적으로 전달되었으면 한다.

정부는 한정된 계층이나 집단만의 입장이 아니라 여러 관점으로 접근하여 많은 목소리에 섬세히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오늘날 사회는 복잡한 다면체이다. 두 가지 축만을 가진 수학적 그래프에 몇 가지 변수만 대입해서는 현재 위치와 앞으로의 방향성을 예측할 수도 없다.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값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수많은 변수까지 존재한다.

관측자 관점에서 미세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읽어낼 수 없다는 과학의 '불확정성의 원리'는 사회나 경제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즉 특정한 관점에서만 현실 경제를 읽어내려 한다면 그 순간 앞으로의 경제 예측은 필연적으로 예상과 달라지고, 오류에 빠지고 마는 것이다. 각계 계층이나 집단 간 상호작용, 거시적 경제 요인, 국제정치 문제 등이 복잡한 파장으로 끊임없이 전달되고, 그것도 변화발전하며 상호 간에 영향을 준다. 경제 분석에 현장의 관점, 다양한 관점이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이유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최근까지 미쳐온 파장이 예측과 달라진 부분도 그러하다. 소득에는 근로소득 외에도 사업소득이나 자산소득 등 여러 분야가 있고, 소득이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도 여러 순환 구조가 있다. 근로자라 하더라도 다른 유형의 소득을 갖기도 하고, 어떤 근로자는 사업가에 더 의존하여 지내는 경우도 있다.

민주화가 되기 전 최소한의 근로조건 보장 문제가 생존과 직결된 시기가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실업 문제로 인해 어쩌면 고용 자체가 인간다운 삶의 전제조건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개별 근로자의 소득 증가가 수요와 경제에 미칠 영향만 볼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업에 유보된 자금 투자나 지출이 선순환을 거쳐 일자리 기회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고, 기업이 존속할 수 있는 여건을 보완해 주는 것이 궁극적으로 소비나 성장의 선순환 효과를 더 가져올 수도 있다.

기업가라 하여 근로자보다 언제나 지위가 우월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경제가 성장일로에 있을 때에는 기업가는 키워진 파이를 많이 가질 혜택을 누리는 자본가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성장이 더디고 체질 개선 시기를 거칠 때의 기업가는 사회적으로 큰 가치를 가짐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어려운 시기를 거칠 수도 있다.

때론 대기업이지만 자생력을 잃고 낮은 산업적 연관 효과만을 창출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중소기업이라 하더라도 강한 경쟁력을 가진 기업이 있다.

이와 같이 경제는 복잡하고 다층적 측면을 갖는다. 여기에 시간의 흐름이나 경기 변수까지 포함시켜 다차원적이고 입체적인 접근과 분석을 할 때에만 최소한 오류가 낮은 해답들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정책에는 특정 이론이나 분야에 한정되지 않은 다양한 경제 전문가들의 지식이 활용되어야 하고, 현실 경제 말단까지 경험하고 그 요청까지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한때 공기업 민영화를 지상과제로 외치던 목소리가 있었다. 당시 민영화가 폭넓게 관철되었다면 과연 오늘날 공기업들의 지방 이전이 가능하였을까?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공론화 과정이나 소통에 있어서는 크게 들려오는 외침 외에 고요하고 침묵하는 목소리까지 경청하여야 한다.

예전부터 경제정책의 과오는 있어도 입안자의 전문성, 도덕관이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고 본다. 새해를 맞이한 지금, 부디 분산된 여러 의견과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여 긴 안목의 실용적 경제정책이 실현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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