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학교, 선생님, 친구들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할 수 있게 됐어요. 고등학교 생활이 중학교와 많이 다르다기에 걱정이 많았는데, 먼저 나서서 알려주시니 안심이 돼요."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고교 비포스쿨(학교적응 프로그램)이 지역에 확산되고 있다. 강당에 일방적으로 학생을 모아놓고 설명하던 방식에서 나아가 학급별로 진로진학전문교사를 배치해 대입 전략, 학습 방법에 대해 상세하게 안내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추세다.
◆1학년부터 대입 전략 꼼꼼히
지난 19일 오전 남산고 1학년 교실은 약간의 어색함과 긴장감이 감돌았다. 신입생 들이 학교적응 프로그램인 비포스쿨에 참여해, 배정받은 교실과 자리에 처음으로 앉은 날이었다.
전날 담임교사와의 만남을 통해 학교 시설, 일과시간 운영에 대해 안내를 듣고 교과서를 배부받은 신입생들은 이날 학급별로 학습 코칭과 대입 전형에 관한 강의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이를 위해 10여명의 대구지역 진로진학 전문교사들이 남산고를 찾아 ▷스스로 학습 일깨우기 ▷뇌와 학습의 관계 ▷학습에 필요한 요소 ▷시간 활용법 등의 학습코칭과, ▷대입전형의 기본사항 ▷생활기록부의 중요성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지원을 위한 준비 ▷자기소개서 작성을 위한 준비 등 대입전형에 대한 이해를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특히 신입생들이 치르게 될 2022학년도 수능에서는 수학, 탐구영역에서의 변화가 나타나 진로계획을 어떻게 수립해나가느냐가 중요한 관건으로 떠오른만큼 이에 대한 구체적인 코칭이 이뤄졌다.
현계욱 비슬고 교사는 "2022학년도 대입 변화요소를 중점으로 고교에서의 학습 방법, 학종 대비 등을 알려줬다"며 "최근에는 학생들이 고교 입학때부터 비교적 대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편이어서 그런지, 설명에 집중하고 질문도 열심히 하는 모습이었다"고 했다.
신입생 류진성 군은 "중학생 때 막연하게 알고 있던 진학진로와 관련된 내용을 자세하고 정확하게 알게 돼서 좋았다"며 "스스로 어떻게 진로를 설계할지, 어떤 과목을 중점적으로 보완해야할 지에 대해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시청각실에서는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이상욱 교감의 '대입 특징과 전략' 특강이 진행됐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100개의 좌석이 꽉 찰 정도로 많은 학부모들이 몰렸고, 이들은 정보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진지한 얼굴로 꼼꼼히 필기하며 특강에 집중했다.
학부모 김창옥 씨는 "강의를 통해 전공별 추천 도서 등 아이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를 많이 얻었고, 긍정적인 마음을 먹게 됐다"며 "개학 전 선생님들이 꼼꼼하게 마련한 프로그램들을 보니 아이들이 다닐 학교를 믿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봉근 남산고 교장은 "비포스쿨은 학교 배정 이후에 뭘해야할지에 대한 혼란스러움, 담임교사와 친구들에 대한 낯선 시기를 최소화할 수 있다"며 "교육방향에 맞게 매년 학교적응 프로그램에 변화를 줘 학생들이 보다 빨리 학교와 교육과정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선배 멘토들이 직접 전하는 학교 생활
경북여고도 지난 22일 강당과 각 교실에서 예비 신입생을 위한 특별한 환영행사를 준비했다.
오전에는 2시간여동안 학생들의 진로 설계에 도움을 주기 위한 진로적성검사를 실시했다. 개개인의 강점과 흥미를 파악해 오는 3월 예정된 학습진학진로코칭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신입생 김서영양은 "선생님과 재학생 선배들이 직접 멘토 역할을 맡아 학교생활에 대한 노하우들을 생생하게 전달해 줘, 새로운 학교에서 즐겁게 생활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특히 커리어로드맵 등 다양한 진로진학 프로그램을 통해 진로설정에 대한 로드맵을 세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후에는 예비 2학년 선배 멘토들이 직접 구성한 '알쓸신학(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비한 학교생활)'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백합관·기숙사 등 학교 투어, 학교 및 동아리 홍보영상 시청, 학교 교육과정 안내와 함께 1년간 겪은 전반적인 학교생활에 대해 조언해주는 시간이 마련됐다.
김정애 교사는 "15명으로 구성된 선배 멘토단에 들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자기소개서 등 서류, 면접 심사 과정까지 거친다"며 "자신들이 선배들에게 받은 사랑을 후배들에게 또 물려주며 입학 전부터 선후배간에 돈독한 정을 쌓는 기회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순자 경북여고 교장은 "신입생들이 상급학교 생활에 대해 걱정하는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고 즐거운 학교생활을 위한 적응을 돕고자 비포스쿨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며 "함께 비전을 공유하는 교육공동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1박2일간 진로 집중 탐구
경일여고는 지난 18~19일 1박2일로 대구교육낙동강수련원에서 '신입생 더 베스트 캠프'를 진행했다. 더 베스트 캠프는 고교 입학 전 예비 신입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고 학교 생활 전반에 대해 미리 알 수 있는 맞춤형 프로그램이다.
이번 더 베스트 캠프는 우수한 인재들로 이뤄진 신입생들이 동료 효과(peer effect)를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자기효능감과 자존감을 길러 성공적인 고교생활 안착과 자기주도적 진로 설계를 목표로 활동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더 베스트 캠프를 기획, 진행한 홍준연 진로상담부장 교사는 "각자의 소신을 갖고 자율형 사립고인 우리 학교를 지원한 학생들에게 '최고의 학교에서 최고의 친구들과 최고의 성과를 거두자'는 마음의 자세를 가질 수 있도록 고민하며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특히 '꿈 트리(tree)' 제작을 통해 자신의 꿈과 목표를 설계하고, 목표의식 고취 및 시간 관리에 관한 강의를 들으며 올바른 자기주도 학습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지는 등 효율적이고 학생들의 관심이 높은 프로그램들이 큰 호응을 얻었다.
또한 올해 졸업생들을 초대해 함께 대화하는 프로그램에서는 진학성과를 공유하며 자신의 미래상에 구체적인 대안을 찾고, 앞으로 펼쳐질 고교생활을 상상해보기도 했다.
이번 프로그램에 참가한 조혜령 학생은 "선생님들이 세밀하게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우리들을 배려해주심을 느낄 수 있었다. 캠프를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이 고등학교생활에 큰 힘이 될 것 같다"며 높은 만족감을 보였다.
강산복 경일여고 교장은 "자율형 사립고에 소신을 갖고 지원한 우수한 학생들이 이번 캠프를 통해 목표의식을 더욱 뚜렷이 하고,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인재가 될 수 있도록 잘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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