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반민족행위자가 만든 곡을 후세가 국가로 부른다는 사실을 알면 애국지사들의 충혼이 얼마나 슬퍼할까요? 이제는 바로 잡아야 할 때입니다."
3·1 만세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앞둔 가운데,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1906∼1965)의 친일 행적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그가 친일을 넘어 독일 나치당에 부역하는 행보까지 보였다는 주장이 나왔고, '국가를 다른 곡으로 바꾸자'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 30여 건이 올라오는 등 여론이 뜨거운 상황이다.
지난달 29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자신을 '청소년 대한사랑 소속 고교생'으로 소개한 인물이 '3·1 운동 기념행사 때 애국가 제창을 빼달라'는 내용의 청원을 게시했다.
게시자는 "TV 다큐멘터리를 보다 안익태가 나치 독일에서 동맹국 일제의 대표 음악가로 활동했고, 친일 행보를 보였다는 사실을 알았다"면서 "들을 때마다 눈시울을 붉혔던 애국가를 친일파가 만들었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다가오는 3·1 만세운동 기념식에는 애국가 대신 다른 곡을 제창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21일 현재 해당 청원에는 500여 명이 동의한 상태다.
이 같은 주장은 이해영 한신대 교수가 최근 안익태의 유럽 활동을 분석해 발표한 책 '안익태 케이스'에 근거한다. 책에 따르면 1935년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는 이후 '에키타이 안'이라는 이름으로 친일·친나치 행보를 이어갔다.
1938년에는 일왕에 대한 충성을 주제로 하는 곡을 발표했고, 1942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만주국' 건국 10주년 경축 음악회에서 '만주국 환상곡'을 연주하기도 했다. 이런 활동 끝에 그는 지난 2009년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도 등재된 바 있다.
특히 만주국 환상곡은 애국가를 토대로 지은 '한국 환상곡'과 동일한 멜로디가 많아 사실상 '자기 표절'에 가깝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만약 이 가설이 사실이라면 우리나라는 그가 일제에 부역하면서 여러 차례 활용했던 곡을 아직 국가로 쓰고 있는 셈이다. 이 교수는 "애국가를 만든 이는 최소한 '애국적'이어야 한다. 새 국가에 대한 공론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여론에도 대구시립교향악단은 오는 26일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음악회에서 안익태의 '한국환상곡'을 연주하기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대구시향 관계자는 "곡 전체가 아니라 현재 애국가로 쓰이는 부분만 발췌해 연주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논란은 알고 있지만 작품은 작품으로서 봐 달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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