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대학아! 대학아!/송일호 지음/청어 펴냄

대학아 대학아 표지
대학아 대학아 표지

원로 소설가 송일호씨가 신작 소설집 '대학아! 대학아!'를 펴냈다. 12편의 중단편 작품을 묶은 것이다.

이번 작품집은 해방 때(1945년)부터 지금까지(2018년) 한국이 감당해야 했던 문제들 그리고 여전히 껴안고 있지만 감당해내지 못하는 문제들을 정면으로 다룬다. 어떤 면에서는 '소설로 읽는 한국 사회사'라고 해도 좋겠다.

'글씨 없는 책'은 우리나라 초등학교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보릿고개'는 당대인들의 잊기 힘든 고통이자 여전히 흉터로 남아 있는 아픔을 다룬다. 이제는 지난 일이 되었지만, 처절한 배고픔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가난은 지우기 힘든 흉터로 남아 있다. 이 외에도 부동산 졸부, 젊은이들의 사랑을 비롯해 심각한 사회문제인 '학교폭력, 왕따' 등을 소설작품으로 파헤친다.

자신의 서재에서 책을 찾고 있는 송일호 소설가.
자신의 서재에서 책을 찾고 있는 송일호 소설가.

작가가 특히 주목하는 작품은 표제작이기도 한 '대학아! 대학아!'이다. 작가는 현재 우리나라 사회의 가장 큰 문제인 저출산, 노인빈곤, 청년실업의 근본 원인으로 우리나라 교육을 지목한다. 공부에 재능이 있든 없든, 어떤 일을 하고 싶다는 목표가 있든 없든 우리나라 거의 모든 부모와 자식은 '대학 진학'을 필수로 생각한다. 그 결과가 고등교육을 받은 실업자 양산이다.

그나마 취직에 성공하는 청년들 중에도 자기 전공을 찾아가는 비율은 20%에 불과하다. 송 작가는 학교교육 시스템, 교육 목표,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지 않는 한 청년실업과 저출산, 노인빈곤을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작가는 작품에서 "우리나라 젊은이 중 상당수가 공무원 시험에 매달려 있다. 또 상당수는 전공이나 적성과 무관하게 사무직을 원한다. 또 상당수는 자격이나 실력과 무관하게 고임금 직장을 원한다. 그 나머지는 쳐다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 인식이, 우리나라 문화가 청년들을 괴물로 만들고 있다"고 열변을 토한다.

상당수 청년들이 공무원 엘리트가 되기 위해, 전체 채용인원의 6%도 되지 않는 대기업에 취직하기 위해 유치원 때부터 공부에 올인한다. 그러나 그 공부가 사회현실과는 맞지 않다. 그 결과 청년들은 학교를 졸업하고도 사회로 진출하지 못한채 캥거루족이 되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부모는 전 재산을 자식 교육에 바치고 노후자금조차 없어 파탄이 난다는 것이다.

평론가 송영목 교수는 "송일호 작가의 '학생부군신위'는 한올문학대상 수상작품이다. 물질만능시대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또 '족보'는 있을 수도 없다고 여겨지는 기막힌 사실을 고발하는 개성 넘치는 작품"이라고 평한다.

전 한국문인협회 평론분과 회장을 역임한 신동한 문학평론가는 "근래에 흔해빠진 엉터리 소설들과 비교되는 너무나 유쾌한 작품"이라고 평가한다. 평론가 신재기 교수는 "송일호 작가는 우리사회 전반적인 문제를 예리하게 지적하고, 해결방안을 내놓는 사실주의 계몽주의 작가"라고 소개한다.

송 작가는 "나는 소설을 오래 썼고 많은 책을 냈다. 재미없는 소설은 소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번 소설집 역시 최대한 재미있게 쓰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재미로만 이 소설을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한국사회에 다시 활력이 넘치기를, 우리 국민들이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소설을 썼다. 더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공장에 가려고 유치원부터 그 많은 돈을 투자하고 공부하지는 않았습니다. 부모가 허락하겠습니까? 내가 허락하겠습니까? 사회가 허락하겠습니까?' -대학아! 대학아!- 중에서.

송일호 작가는 1964년 대구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면서 문단에 나왔고, 현진건 문학상, 한올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 '그날이 오기까지' '쿼바디스 도미네' 등 소설작품과 수필집 '머리도 중요하지만 팔다리도 중요하다' 등을 펴냈다.

351쪽, 1만 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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