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범 기업인 미쓰비시로 강제징용된 피해 당사자 심선애 할머니가 21일 오후 6시 20분쯤 별세했다. 향년 88세.
22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심 할머니가 전날 오후 6시 20분쯤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빈소는 광주 기독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으며 발인은 23일이다.
심 할머니는 1930년 광주 북구에서 3남 6녀 중 둘째로 태어나 1944년 광주 수창초등학교(당시 북정공립국민학교)를 졸업했다. 그 해 "일본에 가면 돈도 벌고 공부도 할 수 있다"는 말에 속아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에 동원됐다.
심 할머니는 그곳에서 비행기 부속을 매끈하게 다듬는 일을 맡았다. 심 할머니는 "일도 서툰 데다 할당된 작업량을 맞추기도 바쁜데 감시까지 심해 어린 우리들이 감당하기에는 무척 힘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한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이후 심 할머니는 1945년 도야마 미쓰비시 공장으로 옮겨졌다. 배고픔을 잊기 위해 익지도 않은 '땡감'을 주워 먹거나 들판에 나가 꽃을 뜯어먹는 등 갖은 고생을 하다 해방 후 고향으로 돌아왔다.
20여년 간 파킨슨병으로 투병 생활을 한 심 할머니는 2014년 다른 피해자 3명과 함께 미쓰비시를 상대로 한 국내 2차 손해배상 소송에 참여했다. 이 사건 심리를 맡은 1·2심 재판부는 심 할머니에게 1억원을 배상하라는 승소판결을 내렸지만, 미쓰비시 측이 상고해 대법원 확정판결을 남겨두고 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사람들의 모임 관계자는 "너무 다정하고 고운 분이었는데 좋은 결과를 보지 못하고 이렇게 또 우리 곁을 떠나버리셨다"며 안타까워했다.
한편 시민모임이 파악하고 있는 근로정신대 피해 생존자는 지난해 2월 말 기준 5천245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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