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덕군 200여 마을의 최대 관심사는 이장 선거였다. 정월대보름을 전후해 대부분 마을 대동회를 열고 이장을 선출했기 때문이다.
각종 관 주도 사업에서 이장들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이장 선출을 선거로 표대결을 하는 경우는 심각한 후유증을 앓기 일쑤다.
하지만 영덕군 소월리에서는 형님과 아우가 '아름다운 양보' 미덕을 보여줘 훈훈함을 전하고 있다.
14년을 이장으로 일한 신병윤(64) 이장이 지난 19일 열린 마을 대동회에서 "내가 너무 오래 했다. 이장을 하려는 사람이 있으면 내가 사임하겠다"고 하자, 이 마을 장성하(76) 씨가 "내가 2년만 해볼게"라며 손을 들었다.
표 대결 없이 이장 교체가 된 것을 마을 대동회는 한마음으로 축하했고, 신 이장은 즉시 강구면에 이장 교체를 알렸다.
하지만 다음 날 장 씨는 가족들과 상의한 끝에 "곰곰히 생각해 보니 동생(신 이장)이 그동안 마을을 위해 이장직을 성실하게 잘 수행한 것 같다. 나보다는 동생이 더 적임이다"며 신 이장에게 다시 맡아줄 것을 권했다.
공석이 된 이장 선임을 위해 다시 회의가 열렸다. 투표로 뽑자는 소수 의견도 있었지만 신 이장은 "투표는 마을을 위해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지원자가 있으면 무투표로 선임하자"고 주장했다. 이에 신 이장의 재선임으로 의견이 모아졌고, 신 이장는 며칠 고민 끝에 다시 맡기로 결정했다.
강구면 한 주민은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표 대결을 벌인 대부분의 마을은 둘로 쪼개져 욕설과 험담에 주먹다짐까지 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벌어진다"며 "소월리처럼 너그러움과 겸손으로 이장을 뽑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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