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없이 꺾여도(萬折) 반드시 동쪽으로 흐른다(必東)는 뜻이다. 바른 이치로 돌아간다는 사필귀정(事必歸正)과 같다. 중국의 지형은 동쪽으로 기울어 있어 모든 물줄기는 동쪽으로 향하는(한국은 대체로 서쪽으로) 데서 나온 말이다. '순자'(荀子) 유좌(宥坐) 편에 처음 나오고 '공자가어'(孔子家語)에도 있다.
공자(孔子)가 흐르는 물을 보고 있는데, 제자 자공(子貢)이 "선생님께서는 큰물만 보시면 오랫동안 바라보는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라고 물었다. 공자 왈 "흐르는 큰물은 모든 생명을 길러주면서도 그 덕을 자랑하지 않는다. 물은 덕과 같아서 낮은 곳으로 흐르면서도 그 이치를 따르니 마치 의리와 같고, 또 줄기차게 흘러가면서 굽히고 다하는 때가 없으니 도와 같고, 백 길이나 되는 골짜기에 떨어지면서도 두려워하지 않으니 용맹스러운 것 같고, 도량은 반드시 평면을 가지니 법도와 같고, 아무리 가득 차더라도 기울어지지 않으니 정직한 것 같고, 부드럽게 스며들지 않는 곳이 없으니 마치 잘 살피는 것 같고, 나오기도 하고 들어가기도 하며 만물이 여기서 깨끗해지니 마치 잘 교화하는 것 같다. 물은 만 번 꺾여도 바다를 향해 동쪽으로만 흘러가는 것은 굳은 의지가 있는 것 같다. 이런 까닭에 군자는 큰물을 만나면 반드시 오래 보게 된다"고 했다. 물에 빗댄 공자의 군자론이다.
만절필동은 선조가 임진왜란 때 파병해서 나라의 위기를 구해 준 명나라의 고마움을 표현한 말로도 쓰면서부터 한국에서는 명에 대한 의리와 충성을 나타내는 사대의 의미가 섞이게 되었다. 얼마 전 문희상 국회의장이 미국 방문 때,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에게 전한 휘호가 만절필동이다. 북한 핵 문제가 반드시 해결된다는 의미였을 텐데, 선조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민족의 정서를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이리라.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