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석(16·가명)군은 태어나서 한 번도 발을 땅에 딛어 본 적이 없다. 태어난 날 뇌출혈이 생겨 뇌 수술을 받고 2년 동안 약물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뇌성마비, 뇌병변 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올해 고등학교에 진학해야 할 나이. 하지만 그는 숨조차 혼자 쉬지 못한다. 보고 듣는 것 외에는 어떤 것도 혼자 할 수 없다. 덩치는 고작해야 서너살 남짓. 뇌에 문제가 있다보니 인지능력은 5~6개월 영아 수준으로 좋다 싫다를 표현하는게 전부다.
◆뇌성마비·뇌 병변 장애로 한 평생 카테터에 의지해 살아
정석이는 태어나서부터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다가 2016년 1월 폐렴증세가 심해져 중환자 실에 입원한 후 3년 동안 꼬박 병원신세를 지고 있다. 당시 가래를 제거하는 흡인기(석션) 통이 피로 가득찼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해 긴급한 상황이었다. 폐렴 치료 도중 심장효소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와 진단을 받은 결과 심장도 물로 차 있었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큰 고비는 넘겼지만 정석이는 호흡, 영양섭취, 배설 등을 몸에 꽂힌 카테터에 의존한다. 정석이를 만난 날에도 그는 이날 오전에 소장 부위에 관을 꽂는 시술을 마친 뒤였다. 입으로 음식을 넘길 수 없어 PEG(경피적 내시경적 위루술) 시술을 통해 위장에 관을 꽂아 영양공급을 했지만, 이마저도 어려워져 다시 소장에 관을 삽입한 것이다.
정석이 엄마 임혜연(53·가명)씨는 "신장 기능도 매우 약한데다 뻑하면 뼈와 관절이 부러지기 일쑤"라고 했다. 임 씨는 지난 14년 간 정석이의 간병을 도맡아왔다. 그는 "병원에서는 뇌가 기능을 못한다고 수차례 포기하라는 말을 들었지만 그래도 조금씩 나아져 이제는 정석이가 좋고 싫음을 분명하게 표현한다"며 "재활치료도 꾸준히 해 병세에 비해 근육이 굳은 것도 많이 나아졌다"고 했다.
임 씨는 사실 정석이 친엄마가 아니다. 그는 "정석이 아빠가 재혼하기 전 정석이를 소개해줬는데 목도 못 가누는 아이가 나를 쳐다보려고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습이 눈에 사무치게 예뻤다"면서 "정직하고 진실했던 애 아빠는 지금까지 한결 같다. 그때나 지금이나 정석이가 예뻐보이는 것도 한결같고 내 아들인 것도 변함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아빠 외벌이로 5인 가족 살림에 치료비 충당까지
정석이 아빠(50)는 타이어를 판매업을 한다. 그가 번 돈으로 정석이 치료·간병비를 충당하고 할머니(70)와 정석이 여동생(15)과 남동생(12)까지 다섯 가족이 먹고 살기엔 늘 역부족이다.
최근 3년 간 지출된 병원비만도 8천여만원. 외벌이인데다 타이어 판매업이 불황을 겪은지 오래이다보니 벌써 빚만 1억이 넘었다. 더구나 정석이의 병원비 지출은 언제까지 계속될지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더욱 막막하다.
정석이네는 컨테이너 가건물에 살고 있다. 할머니는 식재료라도 아껴기 위해 집 앞 텃밭에 배추, 감자, 고추 등을 손수 재배했지만 최근에는 만성 폐질환과 류마티스 관절염이 심해져 손을 놨다. 이제는 정석이 동생 두 명 식사를 챙기는 일도 힘에 부친다.
임 씨는 "정석이 돌보는 일이 분초를 다툴만큼 손이 많이 가 간병인들이 오래 버티지 못한다"며 "시어머니 생신 날도 같이 앉아 식사를 한 적이 없을 정도"라고 했다.
온 가족이 정석이에 매달려 전쟁같은 나날을 살지만 그래도 정석이네는 희망을 꿈꾼다. 임 씨는 "동생들이 정석이를 두고 '우리 오빠', '아기 형아'라 부르며 잘 따라주고 이해해줘서 고맙다. 빨리 정석이가 상태가 호전돼 가족사진도 찍고 같이 나들이도 갈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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