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무와 창의성]3월의 나무: 자두나무

강판권 계명대 사학과 교수
강판권 계명대 사학과 교수

생태(Eco)는 만물과의 평등한 관계성을 의미한다. 생태 의식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평등한 가치로 생각하는 철학이다. 현재 세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는 생태 의식의 부족에서 기인한다. 특히 생명체에 대한 생태 의식은 창의성의 구현에 아주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태 교육 과정이 없다. 더욱이 생태를 '자연'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자연 생태는 생태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생태 자체를 의미하지 않는다. 인간은 자연 생태와 사회 생태 및 인문 생태를 통해 존재한다. 한국 교육의 위기는 생태 교육의 부재 때문이다. 생태 교육은 융합 교육의 출발이다. 우리나라 교육은 생태 중에서 일부만 강조한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매우 중요한 융합 교육은 거의 꿈도 꾸지 못한다. 그 이유는 교육자가 생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생태 교육을 담당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회남자'에서 언급하고 있는 3월의 나무는 장미과의 갈잎큰키나무 자두나무다. "3월은 생기가 왕성해서 양기가 활발하게 퍼지고, 구부리고 있던 새싹이 모두 밖으로 나오는 때다. 묵은 곡식은 창고에 남겨 둘 수 없다. 그래서 천자는 관리에게 명령해서 곡식 창고를 열어 가난한 자를 도와주고, 식량이 떨어진 자에게 빌려주게 하며, 재물 창고의 비단을 꺼내 제후들에게 예물을 보내 훌륭한 선비를 초빙하고, 어진 사람에게 예를 갖추어 인재를 구하게 한다."

'일성록' 기사에도 오얏나무로 불리는 자두나무를 3월의 나무로 인식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자두나무는 양기가 활발한 계절에 꽃이 잎보다 먼저 핀다. 자두나무의 꽃은 나무가 살고 있는 조건에 따라 피는 시기가 조금씩 다르다. 그래서 식물의 개화기는 일률적으로 얘기할 수 없다. 자두나무의 학명 중 프루누스(Prunus)는 '자두'를 의미한다. 자두나무와 같은 장미과의 귀룽나무, 개벚지나무, 앵두나무, 매실나무, 산벚나무, 왕벚나무, 올벚나무, 옥매, 살구나무, 개살구나무, 복사나무, 당옥매, 이스라지 등의 속명도 모두 자두나무와 같다. 이는 자두나무가 장미과의 생태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뜻이다. 자두나무처럼 장미과의 나무는 꽃잎이 다섯 장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꽃 모양을 비롯해서 다른 점도 적지 않다.

자두나무의 하얀 꽃이 피면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 아울러 자두나무의 꽃이 떨어지면 잎이 나면서 열매가 생기고, 3개월 정도 시간이 지나 열매가 노랗거나 빨갛게 익으면 구경 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 같은 연유로 자두나무 아래는 찾는 사람 때문에 자연스럽게 길이 생긴다. 그래서 "복사나무와 자두나무는 말이 없지만 그 아래는 자연스럽게 길이 생긴다"(桃李不言, 下自成蹊)라는 말이 생겼다. 중국 한나라 사마천의 '사기' 중 '이장군열전'(李將軍列傳)에 나오는 이 말은 덕행이 있는 사람은 무언중에 많은 사람들이 마음으로 따른다는 뜻이다. 자두나무를 많이 찾아서 생긴 또 하나의 사례는 중국 삼국시대 위나라 조식의 '군자행'(君子行) 중 "군자는 매사를 미연에 방지하여, 혐의를 받는 지경에 처하지 않나니, 오이 밭에선 신을 고쳐 신지 않고, 자두나무 밑에선 관을 바루지 않는다"(君子防未然, 不處嫌疑間, 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라는 구절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자두나무의 특성은 이 나무에 대한 인문 생태를 이해하는데 아주 중요하다. '열이전'과 '제민요술' 등 중국 중세시대의 여러 자료에 따르면, 자두나무의 열매는 복사나무의 열매처럼 장수를 상징한다. 그만큼 그 시대에는 열매가 귀했기 때문이다. 자두나무의 열매는 농업사회에서 다산을 의미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두나무의 열매를 많이 맺도록 대추나무처럼 '시집 보내기'를 했다. 자두나무 시집 보내기는 갈라진 가지 사이에 돌을 끼우는 것이다. 갈라진 가지는 여성을, 돌은 남성을 뜻한다. 이 같은 풍속은 자두나무가 우리의 삶에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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