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임성호의 매일보감] 안면홍조

임성호 임성호한의원 원장
임성호 임성호한의원 원장

지구온난화로 사흘은 춥지만 나흘은 비교적 따뜻한 날씨가 반복된다는 의미의 삼한사온(三寒四溫)이 초등학교 시험 문제로 출제되지 않은 지 십수 년 지났다.

남녘의 꽃소식들로 날씨가 많이 풀렸다지만 아직은 아침저녁의 찬 공기로 두꺼운 겨울 외투를 벗어버리기에는 이르다. 자칫 꽃샘추위에 자만하다가는 겨울철 못지않은 계절병에 걸리기 십상이다.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수입이 변변치 않은 홀몸노인들이나 저소득층 서민 어르신들이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져 병원을 찾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처음에는 '화병(火病)인가?' '조열(潮熱)인가?' '갱년기의 허열(虛熱)인가?' 고민하게 된다. 치료를 위해 문진을 하다 보면 대부분 어르신들은 전기장판과 옷으로만 체온을 유지해, 온기가 없는 차가운 공간에서 생활하여 안면의 혈관이 수축해 있다가 따뜻한 곳에 들어서면서 혈관이 확장되어 얼굴이 빨개지는 안면홍조를 앓고 있었다. 체온 관리를 못 하면 몸이 더 차가워져 혈액 순환이 약해지고 면역력의 약화가 심해져 감기, 폐렴 등이 생기고 통증도 더 심해질 수 있다. 안면 모세혈관이 지나치게 확장되어 피부가 붉어지면서 열감과 함께 땀이 나거나 심장박동이 빨라져 가슴이 답답하고 숨 막히는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안면홍조는 단순한 피부 질환이 아니라 인체의 내부적인 질환이므로 근본적인 치료를 하여야 한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니, 소득주도성장이니 정부는 정권이 바뀔 적마다 새로운 국정지표를 내놓지만 아직도 변변치 않은 전월세에 기대어 사는 많은 국민들은 가슴 벅찬 희망으로 얼굴이 붉어지는 것이 아니라 얼음장 같은 경제에 안면홍조를 앓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서민들의 삶의 질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르바이트나 일용직 근로자들은 오늘도 일자리 찾기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겉으로 포장된 지표보다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경제정책으로 서민들의 군불을 지피는 것이 안면홍조 치료법일 것이다.

임성호한의원 원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