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를 키우는 일은 사람 아이 하나를 키우는 것과 비슷하다. 의사소통에 한계가 있으니 아프다 싶으면 병원부터 데려가야 하고, 밥 때도 놓치지 않고 잘 챙겨야 한다. 강아지 밥 때문에 견주는 장기간이나 멀리 여행은 엄두를 내기도 힘들다. 강아지와 함께 외출하더라도 문제는 발생한다. 강아지를 데리고 들어갈 식당이 없어 사람이 굶거나 끼니를 간단하게 때워야 한다. 이러한 고충을 반영한 것이 애견동반 식당이다. 애견동반 식당은 주로 위생적인 문제나 소음에 자유로운 도심 외곽에 있었지만 최근에는 늘어나는 반려동물 인구에 맞춰 도심 한복판에서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두고 가기도 데리고 나가기도 어려워
윤순미(59) 씨는 올해 10살이 된 반려견 콩이를 혼자 두고 외출할 때면 불안하다. 종일 집을 비울 때가 생기는데 노령견이 신경 쓰여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급하게 돌아오곤 한다. 가족끼리 외출할 때면 콩이를 데리고 다녔지만 꼭 문제가 생기는 때가 있었다.
바로 식사 시간이다. 대부분의 식당이 위생 문제로 강아지 출입을 금지하고 있는데, 실제로 프렌치 불독인 콩이는 단모종(種)이고 털 빠짐이 심해 집에서도 관리하기 어렵다는 걸 알기에 다른 사람이 싫어한다는 것도 이해한다.
가족 나들이에 콩이가 함께하면 한 사람은 다른 가족이 식사할 동안 콩이를 돌본다. 식사 때마다 강제 이산가족이 되었다. 모처럼 나들이가 콩이로 인해 어수선해지자 점점 콩이를 두고 다니는 일이 빈번해졌다.
◆한식당부터 이탈리안 레스토랑까지
콩이네와 비슷한 고충을 가진 가족이 늘면서 애견을 동반할 수 있는 식당이 늘어나고 있다. 주로 시 외곽지에서 뛰어 놀 공간을 가진 식당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시내에서도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는 애견동반 식당이 생겨났다.
대명동에 위치한 '황산벌'은 애견인들 사이에서 숨은 핫플레이스이다. 반려견을 동반할 수 있는 식당인데, 강아지를 바닥에 풀어놓고 식사할 수 있다는 장점에 금세 입소문이 퍼졌다. 한원희 대표가 '개손님'을 받기 시작한 것은 6~7년 전부터이다. "어느날 손님이 오셔서 강아지와 테라스 자리에서 식사해도 되는지 조심스레 물어보시더라고요.
외국에 사시는데 반려견을 떼어놓지 못해 비행기에도 태워 왔다 갔다 하신대요. 저도 애견인이라 다른 손님께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내 드렸지요." 금세 한 씨의 가게는 강아지를 동반할 수 있는 고깃집이라고 알려지기 시작했고, 몇 해 전부터는 가게 한 칸(네 개 테이블)을 완전히 '애견동반좌석'으로 정해놓았다. 지난 연말에는 애견동반석 예약 문의가 100건정도 있었지만 아직 준비가 덜돼 아쉽게도 손님을 다 받지 못했다. 한 씨는 애견동반 방문객이 끊이지 않아 앞으로는 애견동반석을 개방형으로 바꾸는 등 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
초기 애견동반 식당은 강아지가 뛰어놀거나 짖어도 눈치 보지 않을 곳에 많았다. 시 외곽이나 산 속에 위치한 식당이다. 닭백숙이나 오리구이 같은 한정식으로 메뉴도 한정적이었다. 최근 애견동반 식당 수요가 늘어나면서 도심 한복판에도 반려견과 함께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대구 삼덕동 '지오네'는 애견동반 가능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아늑한 2층 가정집을 개조한 식당은 테라스와 정원 좌석을 애견동반 손님에게 개방했다. 지오네에서는 강아지가 몸줄을 하고 있거나 식사하는 견주 옆에 조용히 앉아 있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애견동반 식당 성장여부는 펫티켓이 관건
애견동반 식당이 늘어난 것은 반려동물 가족의 증가 외에도 펫티켓(Pet+Etiquette)이 좋아진 덕분에 가능했다. 요즘 많은 견주들이 반려견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훈련을 시킨다. 공공장소에서 대소변을 가리거나 짖지 않도록 교육하는 것이다. 애견카페나 애견동반식당에 가더라도 강아지가 돌발행동을 하지 않도록 훈육을 하고 문제가 생기면 바로 책임을 지는 것이 펫티켓이다. 애견동반 식당을 찾은 한 견주는 "강아지와 함께 할 수 있는 식당이 늘어 너무 좋다. 하지만 가끔 펫티켓이 없는 견주 때문에 노키즈존이 생겨난 것처럼 애견동반 식당도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외출을 좋아하는 우리집 강아지, 펫티켓만 지켜진다면 점점 함께할 공간이 늘어날 것 같다. 강아지를 키우는 것은 사람 아이 하나를 키우는 것과 비슷하다. 펫티켓이 노키즈존이 늘어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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