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 남북 명운 걸린 28일

이춘수 동부본부장
이춘수 동부본부장

2차 북미 정상회담이 27,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다. 회담의 종착지에 따라 한반도의 운명은 달라진다. 회담 결과에 대해 미국 대부분의 언론과 정치인, 정보기관은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 합의문에 담긴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완전한 비핵화 등에 대한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진전이 있어야 한다.

한미 양국이 그리는 북한 비핵화 로드맵은 '영변 핵시설 폐기와 검증→핵무기·핵분열 물질 및 영변 외 시설 등에 대한 포괄적 신고와 완전한 핵 폐기'다.

한국과 미국으로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최선이지만 북측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핵은 생존의 문제다. 김 위원장은 세습 왕조 체제를 보존하기 위해 핵을 만들었다. 북측 입장에서 보면 핵으로 미국 본토를 때릴 능력을 가지는 것은 미국을 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미국의 한반도 개입이나 북에 대한 무력 사용을 막기 위한 것이다. 미국의 개입 저지, 억제 수단인 셈이다. 따라서 김정은이 미국 본토에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핵 무력 완성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선택이다.

반면 미국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것은 북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이 본토에 도달하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서 "북한은 그동안 우리를 등쳐 먹었다. 다시는 수십억달러를 퍼주지 않겠다"고 했다. 댄 코츠 국가정보국장도 상원 정보위에서 "김정은은 자신의 정통성과 체제 유지 때문에 핵 폐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북미 정상이 적정선에서 대충 타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완전한 핵 폐기 대신 핵 동결로 가고 ICBM만 없애는 수준의 합의 이른바 스몰 딜(small deal)을 하는 경우다. 대신 미국은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고, 부분적인 대북 제재 완화와 종전선언 등을 해주는 것이다.

이 경우 문재인 정부는 어떤 선택과 반응을 보일까? 문 정부는 애써 "전쟁과 대립에서 평화와 공존으로, 경제와 번영으로 나아가는 신한반도체제가 구축됐다"고 자위할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불만과 불안은 점증할 것이다. 북측의 핵 동결 다시 말해 북이 기존의 핵을 보유하게 하는 어정쩡한 협상 결과가 탄생한다면 국민들로부터 핵무장 요구가 거세질 것이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이는 '혹 떼려다 혹 붙인 꼴'로 미국 정부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어서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어둡게 하고 있다.

비관적이지만 예상을 뛰어넘어 북측이 비핵화로 간다면 이는 결국 개혁 개방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김정은이 감당할 수 있을까? 베트남이나 중국과 달리 1인 세습 체제인 북한의 개혁 개방은 체제 수호의 가장 큰 위협이다. 이 또한 회담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다.

미국이 실무협상에서 비핵화 진전을 전제로 종전선언과 연락사무소 개설 카드까지 내민 것으로 알려졌지만, 북한이 선뜻 받아들일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기대치를 밑돈다면 문 정부는 존립을 위협받을 것이다. 문 정부는 북이 고립과 자멸의 길을 걷게 압박하든지, 아니면 미국으로부터는 외면받고 북으로부터는 핵 위협을 받는 상황 가운데서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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