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삼일절만 되면 동성로에서 진행한 '독도 수호 게릴라 캠페인'이 생각난다. 벌써 6년이 지난 작업이다.
광고인으로서 삼일절을 뜻깊게 보낼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였다. 그러던 중 독도 광고를 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대단한 애국심이 발동해서 하고자 한 광고는 아니었다. 다만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메시지를 말해주고 싶었다. 그것이 광고인으로서 가장 뜻깊게 삼일절을 보낼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독도가 대한민국 영토라는 것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했다. 자연스럽게 태극기와 일장기가 떠올랐다. 이 두 가지 이미지를 재료로 활용하면 괜찮은 광고가 나올 듯했다. 인내심을 가지고 조금 더 깊이 생각해봤다.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상황이 마치 태극기의 건곤감리 중 하나를 자기들 것이라 우기는 것 같았다. 태극기의 '곤'을 일장기에 붙여봤다. 굉장히 자극적인 이미지가 탄생했다. 태극기에 '곤'이 없어도 마찬가지였다. 고백하자면 필자는 태극기의 '곤'이 의미하는 것이 뭔지 몰랐다. 광고를 만들며 찾아보니 '곤'이 땅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독도가 땅이니 이보다 더 맞아 떨어지는 표현법이 없었다.


드디어 찾아온 삼일절, 나는 그 광고를 대형 현수막으로 제작해 동성로로 나갔다. 좋은 취지의 캠페인에 고맙게도 후배들이 힘을 보태주었다. 현수막을 들고 캠페인에 동참해준 것이다.
우리는 대구백화점 앞에 태극기와 일장기를 마주 보게 하고 세웠다. 그 순간 공기가 멈춘 것 같은 정적이 흘렀다. 그렇게 큰 현수막을 들고 동성로에서 게릴라 광고를 한 사례도 없었고 더욱이 공익 광고여서 그랬을 것이다.
이내 사람들은 휴대전화를 들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아이들은 광고를 배경으로 엄마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고 조르기도 했다. 광고 기획자로서 가장 뿌듯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 광고가 성공했다고 생각한 순간은 따로 있었다. 바로 현수막 앞에서 사진을 찍는 일본인들을 본 순간이었다. 카피를 영어로도 적어두어서 분명히 이 광고의 의미를 그들은 알았을 것이다. 인터뷰라도 하고 싶어서 나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소형 마이크를 들고 뛰어오는 내 모습이 부담스러웠던 건지 그들은 더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피했다. 아쉬웠다. 왜 독도수호 광고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창의성은 더욱 중요한 단어가 되었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여전히 사람들은 창의성을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늘 강조하듯 창의성은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없었던 것을 있는 것으로 만드는 건 창조이다. 즉, 신의 영역이다.
우리는 세상에 있던 것을 조금 비틀거나 섞어두기만 하면 된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필자가 제작한 독도 광고 역시 마찬가지다. 건곤감리 중 '곤' 하나만 일장기에 붙여둔 것이다. 하지만 그 임팩트는 대단했다. 우리가 익숙한 이미지에서 조금만 바뀌었는데도 굉장히 다른 이미지가 탄생한 것이다.
6년 전 독도 캠페인을 했던 날, 이 광고를 보며 지나가던 할아버지가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어이 총각, 왜 김 한장을 일장기에 붙여 놨노?" 창의성은 바로 이런 것이다.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
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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