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합계출산율 1.0명 선마저 힘없이 무너지며 인구절벽이 현실화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런 저출산 추세를 단기간에 되돌릴 수는 없다고 보고 긴 호흡으로 전반적인 삶의 질을 개선하는 쪽으로 정책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인구학자들 사이에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출생아 수 30만 명' 선을 지키는데 힘쓴다는 방침이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자녀의 수를 말한다.
정부가 이렇게 저출산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꾼 데는 그간 수백조 원을 쏟아부으며 펼친 출산장려 일변도의 대책들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국민의 피로감만 높였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실제로 정부는 출산율이 끝없이 추락하자 생산가능인구 부족으로 경제활력이 떨어져 국가 존립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보고 지난 2006년부터 최근까지 13년간 5년 단위로 3차례에 걸쳐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내놓으면서 갖가지 출산장려책을 펼쳤다.
특히 3차 기본계획(2016∼2020년)에서는 '저출산 극복의 골든타임'을 강조하며 2020년까지 '합계출산율 1.5명'을 달성하겠다면서 저출산 극복 의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이런 출산율 제고 노력은 아무런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실제 합계출산율은 1971년 4.54명을 정점으로 1987년 1.53명까지 떨어졌다. 1990년대 초반에는 1.7명 수준으로 잠시 늘었지만 이후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더욱이 2017년에는 1.05명으로 떨어진 데 이어 2018년에는 0.98명으로 1.0명 밑으로 곤두박질쳤다.
청년세대가 안정된 일자리와 주거환경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일이 벌어지고,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유아시설이 부족한 현실의 장벽 앞에서 출산율이 끝없이 미끄러진 것이다.
정부는 이렇게 상황이 갈수록 악화한 데는 여성과 청년, 아동 등 정책 수요자가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는 점을 뒤늦게 인식하고 저출산 대책의 큰 틀을 '출산장려'에서 '삶의 질 향상'으로 바꿨다.
출산율 올리기에 급급하던 데서 탈피해서 모든 세대의 삶의 질을 제고하고 성 평등을 확립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기로 한 것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지난해 12월 7일 확정, 발표한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로드맵'을 보면, 정부는 무엇보다 출산율 목표(2020년 1.5명)가 실현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이런 목표에 집착하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출생아 수 30만명을 지지하는 것을 목표로 해서 의료비와 양육비 부담을 최대한 낮춰서 각 가정이 2자녀를 기본적으로 낳아서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또 우리 사회가 여전히 일터나 가정에서 여성차별이 심하며, 그것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보고 일터와 가정에서 남녀평등을 확립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출생아 수는 1970년대만 해도 한해 100만 명대에 달했다. 그러나 2002년에 49만 명으로 절반으로 줄면서 40만 명대로 떨어졌다. 이후 2015년 반짝 증가했다가 빠른 속도로 곤두박질해 2017년 35만7천700명에 이어 2018년에는 32만6천900명으로 추락했다.
세계에서 한세대 만에 출생아 수가 반 토막으로 줄어 인구절벽에 직면한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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