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915년 대한광복회 창설된 달성공원… 지금은 표지석 하나 없어 시민들 무관심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광복회 대구지부 "현충시설 지정해 선조 뜻 기려야" 한 목소리

일제강점기 당시 항일 무장투쟁단체인 대한광복회가 대구 달성공원에서 창립한 사실이 재조명되면서 달성공원의 역사적 의미를 드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구가 국가적 위기 때마다 항쟁의 거점으로 자리잡았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근거이기 때문이다.

◆일제 눈 피해 창립, 친일파 처단·군자금 확보

1915년 7월 15일(음력) 대구 중구 달성동 294-1번지 달성공원에서 대한광복회가 창립했다.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와 대한광복회 대구지부에 따르면 당시 한복 저고리에 갓을 쓴 유생, 양복 정장 차림에 단발을 한 신사들은 일제가 1906년 세운 신사(神社, 1966년 철거) 뒤에 조용히 모여 시 낭송회를 했다. 이윽고 한 30대 남성이 "조국을 회복하고 적을 물리치고 동포를 구하는 일은 실로 하늘이 내린 우리의 책무이자, 자손에게 물려주더라도 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의 임무"라고 외쳤다. 대한광복회 총사령에 추대된 울산 출신 박상진이었다.

의병장 허위의 제자였던 양반 명문가 출신 박상진은 1910년 국권을 상실하자 중국으로 떠나 조선 광복을 위한 혁명을 꾀하는 한편, 일제에 항거하던 여러 조직의 힘을 결집하는데 힘썼다.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항일단체 '조선국권회복단'과 '달성친목회', 경북 영주 풍기에서 결성한 '광복단'이 일제 감시의 눈을 속이고 대한광복회로 통합 출범한 순간이었다.

이후 대한광복회는 1920년까지 중국 지린(길림)에 독립군 기지를 설치한 뒤 독립군을 길러내고, 일본군 주둔지 습격과 친일파 처단, 항일운동 군자금 확보 등의 활약을 했다.

대한광복회는 1920년 충남 아산 도고면장이었던 박용하를 총살한 사건이 계기가 돼 일제에 꼬리를 밟혀 아쉬운 끝을 맺었지만 단체의 정신은 그대로 이어졌다. 청산리대첩으로 유명한 김좌진을 비롯해 우재룡, 권영만 등 남은 회원들은 광복단 결사대와 북로군정서를 꾸려 독립전쟁을 이어갔고, 김원봉의 의열단과 김구의 한인애국단도 독립군 활동을 이어가며 조국 해방의 촉매 역할을 했다.

1915년 7월(음력) 대한광복회가 창립한 정확한 위치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1966년 철거한 신사 건물들 위치 등으로 미뤄볼 때 현재의 시계탑과 서침나무가 있는 위치 주변에서 결성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1915년 7월(음력) 대한광복회가 창립한 정확한 위치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1966년 철거한 신사 건물들 위치 등으로 미뤄볼 때 현재의 시계탑과 서침나무가 있는 위치 주변에서 결성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현충시설 지정 필요" 목소리, 관계당국은 책임 떠밀기만

광복회 대구지부는 지난해 독립운동계승사업회 도움으로 달성공원 서침나무 옆 잔디밭에서 창립 103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기념식은 대한광복회 창립맹세문 낭독과 재건운동 포고문 낭독 등 순으로 이어졌다. 대한광복회 지휘장 우재룡 지사의 아들 우대현(75) 씨가 맹세문 일부를, 신완식 기독청년회 전국동우회장과 김주호 대구투명성기구 상임이사가 포고문을 공동 낭독했다.

하지만 시민들 가운데 달성공원에서 대한광복회가 창립됐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거의 없다. 달성공원 내 알림판 하나도 찾아보기 힘들다. 달성공원에서 대한광복회가 결성됐음이 재조명된 것도 근래의 일이다.

대한광복회에서 활동한 독립지사 후손들과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는 지난해 7월부터 "대한광복회 창립지점을 현충시설로 지정해 그 뜻을 기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명환 광복회 대구지부장은 "독립운동 원 위치를 파악해 표지석 하나 세우는 것만으로도 독립운동에 목숨바친 선조들의 뜻을 기리는 중요한 첫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보훈청은 2012년 이미 국가보훈처 심의위원회에서 달성공원 내 대한광복군 현충시설을 지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다만 8년 째 달성공원 현충시설 지정이 진전을 보이지 못한 것은 행정 담당기관인 대구시와 중구청 각 담당부서가 저마다 공원·사적 관리운영 및 예산권 등 문제를 이유로 현충시설 신청 책임을 떠미는 탓이다. 신사를 철거한 뒤라 정확한 창립 위치를 고증하기 어렵고, 대구시가 달성공원 이전 및 달성토성 복원 계획까지 검토 중인 것도 현충시설 지정 신청을 쉽사리 하지 못하는 이유다.

대구시 관계자는 "올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권영진 대구시장을 필두로 대구 독립운동 현창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달성공원 내 독립운동사 전시관 건립 및 대한광복회 현충시설 지정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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