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대구 달성군 화원유원지 인근 달성습지. 급격하게 낮아진 수위로 강줄기가 점점 메마르면서 과거의 물길과는 사뭇 다른 지형을 드러내고 있었다. 일부 바닥은 마치 오랜 가뭄을 겪은 것처럼 쩍쩍 갈라지기도 해 이 곳이 정말 습지가 맞는지 의심케 했다.
수위가 낮아지면서 보이지 않던 속살을 드러낸 달성습지는 생태계의 보고가 아닌 쓰레기 천국이었다. 몇 발짝 걷지 않아도 과자봉지를 비롯해 빈 병과 맥주캔, 타이어 등이 나뒹굴고 있었다. 공사용 파이프 등 대형 폐기물도 눈에 띄었다.
낙동강 달성보 개방으로 인해 수위가 낮아지면서 인근 달성습지가 위기에 처했다. 달성습지는 낙동강과 금호강, 진천천과 대명천이 합류하는 지역에 자리한 총면적 2㎢(약 60만5천평)의 하천습지다.
하지만 물기로 가득해야 할 습지가 메마르면서 이 곳에 살고 있던 동물들은 폐사했고, 식물들 역시 메말라 뿌리째 뽑힌 나무가 곳곳에 쓰러져 있었다. 수자원공사 측에서는 급히 인부를 동원해 쓰레기 수거에 나섰지만 드넓은 달성습지를 모두 청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화원동산 탐방로를 따라 상류 방향인 진천천 방향으로 걸어가자 달성습지의 명소인 하식애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풍경을 감상보다는 악취가 먼저 코를 찔렀다. 진천천을 따라 내려오는 물줄기가 3m 이상 낮아지면서 생활하수 등이 희석되지 않고 그대로 배출되면서 악취를 풍기는 것이다.
낚시를 하고 있던 한 주민은 "물이 줄어든 것도 문제지만 악취가 너무 많이 발생해 문제"라며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아무도 이 곳을 찾지 않을 것"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달성보 수문개방으로 진천천 및 낙동강, 금호강에서 흘러드는 물의 수량이 모두 줄어들다 보니 달성습지는 물길마저 바뀌어 예전의 모습을 찾기 힘든 상황이 됐다. 과거 달성습지는 수위가 높아 홍수가 나기도 한 곳이지만 달성보 수위를 9.24m까지 낮추는 바람에 물이 메말라 건천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실정이다.
낮아진 수위는 달성습지 생태계마저 뒤흔들어놨다. 습지 곳곳에 폐쇄형 습지가 형성되면서 이곳에 갇힌 물고기들은 폐사할 처지에 놓인 것. 이미 폐사한 물고기가 강가에 떠다니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강물로 덮여있던 뻘이 드러나면서 이곳에 살고 있는 조개류들도 폐사 위기다.
전문가들은 일정한 수위가 유지돼야 나무, 생물 등이 상황에 적응하고 생태계가 보전되지만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상황에선 유지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석윤복 대구달성습지 생태학교 운영위원장은 "물을 빼고 넣고 하는 것은 생태계를 망치는 주원인인데 습지 보전을 위해서라도 대구시와 달성군 등이 나서 보 개방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원래 이 곳은 뻘이었던 곳인데, 지금처럼 메마른 상황이 지속할 경우 이 곳에 살고 있던 모든 생물들이 폐사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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