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이 만나는 역사적인 날, 한국은행은 일단 금리를 동결했다.
인상이든 인하든 어느 쪽으로도 방향을 잡기 어려운 때다.
한은은 28일 오전 이주열 총재 주재로 서울 중구 태평로 본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 연 1.75%로 유지했다.
작년 11월 금리를 올린 뒤 올해는 연속 동결이다. 금리인상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지만 불쏘시개가 충분치 않아 보인다.
이번 금통위 결정은 금융시장에서 예상한 대로다. 금융투자협회가 이달 13∼18일 104개 기관의 채권 관련 종사자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 100%가 금리동결을 점쳤다.
이들은 국내 경기 둔화 우려와 유가 하락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약해진 점을 근거로 들었다.
1월에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개월 연속, 앞으로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8개월 연속 하락을 기록했다
2017년 이후 두 차례 금리인상의 주요 근거였던 금융불균형 문제도 살짝 비껴난 모습이다. 지난해 정부 규제강화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 추세다. 그렇다고 아직 금리인하가 화두로 떠오를 때는 아니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에서 금리인하를 논의할 단계는 아니라고 누차 강조하며 분명히 선을 그었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방향 변경은 항공모함이 기수를 트는 것과 같아서 시간이 걸린다는 분석도 있다.
지금으로선 가장 큰 변수는 미 연준이다.
올해 들어 급격히 비둘기(통화완화 선호)로 돌아섰지만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연준이 금리인상을 조기에 끝낸다면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반대로 금리를 더 올린다면 한은에는 압박 요인이다. 한미 금리 역전 폭이 현재 0.75%포인트에서 1%포인트 이상으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한은으로선 금리인하론에 선을 그어둘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그 밖에 미중 무역협상, 북미 정상회담, 브렉시트 등의 굵직한 변수가 한은의 고려요인이다. 자칫하면 상당한 파장이 초래되는 이슈들이다.
이제 관심은 4월 금통위로 넘어간다.
한은이 수정경제전망을 내놓으며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하면 시장에는 방향 전환 메시지로 읽힐 가능성이 있다.
반면 하반기에 국내 경기가 나아지고, 연준도 금리인상을 재개하면 한은도 한 차례 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의장은 26∼27일 의회에 출석해 당분간 금리동결과 보유자산 축소 중단 계획 발표를 시사했다. 이와 관련한 입장이 3월 회의에서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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