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비즈니스맨' 트럼프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됐지만 도널드 트럼프는 베트남에서 큰 선물을 챙겼다. 비즈니스맨 출신 대통령답게 23조원에 달하는 번외(番外) 성과를 거뒀다.

트럼프는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국가주석에게 미국을 연내 국빈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다. 베트남으로부터 받은 선물에 대한 답례였다. 베트남 항공사 비엣젯은 미국 보잉사로부터 항공기 100대를 사들이는 127억달러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다른 항공사 뱀부에어웨이스도 30억달러의 항공기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두 정상은 계약 체결식에 직접 참석했다. 비엣젯은 미국 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과도 53억달러 계약을 맺었다. 양국이 서명한 무역 거래가 210억달러(약 23조5천억원)를 넘는다.

베트남에서 트럼프가 챙긴 선물은 더 있다. 응우옌 쑤언 푹 총리와의 회담에서 트럼프는 "베트남이 (미국의) 군사 장비(구입)도 고려하고 있다는 것도 감사하다"고 했다. 베트남으로부터 미국 농산품에 대한 무역장벽을 제거한다는 약속도 받아냈다. 트럼프가 "우리는 친구"라고 너스레를 떨 정도로 베트남에서 많은 선물을 얻어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조차 비즈니스 관점에서 접근한 게 트럼프다. 그는 "우리는 한국을 방어하고 엄청난 양의 돈을 잃고 있다. 미국은 한국에 연간 50억달러(약 5조6천억원)의 비용을 들이고 있지만 한국은 5억달러만 (미국에) 지불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 측 지출분을 부풀리는 꼼수까지 썼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의 협상에서도 트럼프는 비즈니스맨을 방불케 하는 화법을 구사했다. 북한의 경제적 잠재력을 여러 차례 부각하며 비핵화 합의를 간접적으로 압박하는 전술을 들고나왔다. "북한이 비핵화한다면 매우 빠른 속도로 베트남처럼 번영하게 될 것"이라는 식이었다.

트럼프의 비즈니스맨식 협상법이 김정은에게 제대로 먹혀들지 않아 회담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을 수 있다. 아니면 이리저리 주판알을 튕겨본 사업가 트럼프가 합의를 거부했을 가능성도 있다. 베트남에서 트럼프만 선물을 잔뜩 챙겼을 뿐 한반도는 다시 안갯속으로 들어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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