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나타난 지역 의원들의 쪼그라진 위상

지난달 27일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는 황교안 대표체제를 출범시켰지만, 지역민 입장에서는 개운치 않은 뒷맛을 준다. 지역 출신 가운데 당 대표에 출마한 이가 없었던 것은 물론이고,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는 점에서 지역의 위상이 바닥이라는 현실을 확인했다. 대구경북이 한국당을 그렇게 밀어주고도, 지역 출신 의원들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는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번 전당대회에서 지역 민심이 당 대표의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실은 분명했다. 지역 당원들은 황교안 대표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지만, 지역 최고위원 출마자에게는 별다른 애정을 나타내지 않았다. 3선의 김광림 의원은 선두권으로 예상했지만, 4위로 턱걸이했고, 재선의 윤재옥 의원은 예상 밖으로 탈락했다.

김광림 의원은 득표율 1위를 차지한 부산의 조경태 의원은 물론이고, 여성인 정미경·김순례 최고위원에게도 밀렸다. 아무리 5·18 망언 논란과 태극기 민심으로 선거판이 흔들렸다고 해도, 중진 의원에 도지사 경선에 나선 바 있는 김 의원의 성적은 부끄러운 결과다. 대구를 대표한 윤재옥 의원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굳이 두 의원의 잘잘못을 따지자는 것은 아니다. 지역 한국당 의원들이 당원에게도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음을 얘기하고자 함이다. 대구경북은 한국당의 책임당원 3분의 1을 보유한 '한국당의 근거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역 출신이 이번 선거에서 활개를 치는 것이 마땅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지역 의원들의 나태와 무사안일에 지역 당원들까지 넌더리를 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저런 핑계나 대면서 지역 현안 해결에 미적거리는 모습을 보이는 의원은 더는 필요 없다.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지역 당원들이 지역 의원들에게 '옐로카드'를 제시하며 강하게 경고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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