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을 재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가습기 메이트' 판매사 애경산업 전 대표를 구속했다.
'가습기 메이트'는 2011년 불거진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서 옥시의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낸 제품이지만 원료 물질의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제조·판매사들이 처벌을 피해왔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권순정 부장검사)는 지난 27일 고광현(62) 애경산업 전 대표를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양모(56) 전 애경산업 전무도 증거 인멸 혐의로 함께 구속됐다.
검찰은 지난달 애경산업, SK케미칼, 이마트 본사를 압수수색하며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 재조사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 회사들은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을 사용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업체들이다.
이달 들어 검찰은 애경산업의 전산관리를 맡은 업체를 압수수색하며 수사 강도를 높였다. 애경 압수수색 과정에서 일부 자료가 없어진 것을 확인하고 지난 19일 애경 측 법률대리를 맡았던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검찰은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애경이 가습기 살균제의 인체 유해 가능성을 알면서도 은폐했는지, 제품에 화학물질 성분이나 유해성을 제대로 표기했는지, 안전 검사를 제대로 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애경산업 전 대표가 구속되면서 애경·SK케미칼 '윗선'에 대한 소환조사도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은 앞서 가습기 살균제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납품해 판매한 필러물산의 전 대표 김모 씨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했다. SK케미칼이 필러물산에 하청을 줘 만든 '가습기 메이트'를 애경산업이 받아 판매했다.
애경산업 전 대표와 전무까지 구속됨으로써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태와 관련해 구속된 사람은 3명으로 늘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시민단체는 CMIT·MIT 원료의 유해성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가 쌓이자 지난해 11월 최창원·김철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애경산업 전 대표 등 14명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CMIT·MIT 원료를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는 유공(SK이노베이션) 가습기 메이트, 애경 가습기 메이트, SK케미칼 가습기 메이트와 이마트 자체브랜드(PB) 상품인 이플러스 가습기 살균제, 이마트 가습기 살균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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