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도심 가득 메운 만세의 함성…시민들이 재현한 100년 전 3.1 만세운동 현장

3·1운동 100주년인 1일 오전 대구 중구 국채보상로에서 열린 만세운동 재현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이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3·1운동 100주년인 1일 오전 대구 중구 국채보상로에서 열린 만세운동 재현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이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대한독립 만세! 대한민국 만세! 대구시민 만세!"

3·1 운동 100주년인 1일 대구와 경북 곳곳에서 '만세' 소리가 도심을 가득 메웠다. 이날 오전 9시부터 달성공원과 청라언덕 위 제일교회, 반월당 보현사 인근에는 태극기를 든 시민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시민들은 3·1운동 당시처럼 하얀 두루마기를 입거나 태극 문양 띠를 머리에 매고, 하얀 풍선을 손에 들었다. 교복 차림의 학생들은 각 학교의 명패를 들고 뒤따랐다.

이날 시민들은 100년 전 만세운동이 일어난 3개 경로를 따라 세 개 팀으로 나눠 행진했다. 가장 먼저 기념 행사장인 국채보상공원에 당도한 건 보현사 팀이었다. 연신 태극기를 흔드는 스님들을 필두로 줄이어 5천500여명의 시민들이 줄줄이 도착했다. 국채보상공원 화합의 광장은 금세 발디딜 틈 없이 인파로 가득 차 태극기의 물결로 일렁였다. 시민들은 끊임없이 만세를 외치고 북과 장구 등을 두드리며 기운을 북돋았다.

이날 '위대한 100년, 희망의 함성!'을 주제로 열린 기념 행사에는 대구의 생존 애국지사인 권중혁(99) 옹과, 장병하(92) 옹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태극기가 수놓인 목도리를 목에 두르고 지팡이를 짚은 두 지사는 행사장 맨 앞줄에 자리잡아 촉촉해진 눈시울로 3·1운동 100주년을 지켜봤다. 또 고(故) 손동창·유경흥 선생에게는 건국훈장 애족장이, 나상기·박희만·박준식 선생에게는 대통령 표창이 수여됐다.

행사에 참여했던 시민 장영효(58)씨는 "특히 연극인들과 합창단이 함께 펼친 공연이 정말 감동깊었다"며 "독립운동을 하던 당시 온갖 핍박을 당하면서도 몰래몰래 만세 운동을 이어나갔던 장면을 묘사하던 배우들의 표정에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고 말했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각 구·군도 별도 장소에서 행사를 개최했다.

남구 충혼탑에서는 1천여 명의 시민이 앞산을 넘어 대구 전역에 울려퍼질 만큼 큰 소리로 만세를 외쳤다. 남구청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대명동 대덕문화전당에서 3·1 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식을 개최한 뒤 중·고등학생, 다문화가정 주민 등 1천 여명이 모인 가운데 앞산 충혼탑까지 거리행진을 이어 갔다. 가두행렬에서는 남녀노소가 검정치마와 하얀 두루마기 차림을 하고서 대형 태극기를 따라 걸었다.

충혼탑 일대를 뒤덮은 태극기들은 연신 '대한독립 만세' 만세 삼창을 외쳤다. 박진혁(52) 씨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나라를 지키다가 돌아가신 영웅들이 계신 곳 까지 태극기를 들고 운동을 재현한 것이 백미였다"며 "보람찬 하루를 보내 뿌듯하다"고 웃어보였다.

동구 망우공원에서 열린 기념식에는 1천여 명의 시민이 참가해 뜨거운 열기를 과시했다. 민족대표 33인을 상징하는 학생 33명이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노래를 합창했다.

대구경북항일독립운동기념탑에서 출발한 만세행렬은 곽재우장군 동상과 임란호국영남 충의전시관 등 800m 구간을 독립만세 외침으로 가득 채웠다.

시민 이동춘(51) 씨는 "태극기를 들고 독립만세 행렬을 따라가면서, 옛 선열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나라가 있다는 점을 더 새롭게 느꼈다. 만세운동 100주년을 맞아 뜻깊은 행사였다"고 했다.

비슷한 시각 달서구청 강당에서도 주민, 보훈단체, 공무원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이 열렸다. 이준봉 광복회달서구지회장이 만세를 선창하기 전 "100년 전 선열들이 방방곡곡에서 만세를 불러 나라를 되찾았다. 이후 우리 국민의 강인한 정신으로 세계 최초 단기간에 경제대국을 이뤘다. 7천만 우리 국민이 한꺼번에 만세를 부르는 날이 오도록 염원한다"고 말하던 도중 울컥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을 땐 주민들 눈가에도 눈물이 맺혔다.

기념식 직후 학산공원삼거리까지 800m가량 행진했다. 참가자들은 흰색 한복을 차려 입거나 태극기, 유관순·안중근 등 애국지사 초상화를 들고서 연인, 배우자, 자녀와 함께 거리를 걸었다. 학산공원에서 만세가 울려퍼지자 도로에서 신호 대기중이던 승용차, 버스 승객들도 차창을 내리고 함께 소리치거나 박수치면서 호응했다.

이 밖에도 서구는 서구문화회관, 북구는 어울아트센터 야외공연장, 수성구는 구청 앞 광장, 달성군은 화원초등학교 등에서 만세운동 재현행사를 열었다. 대구 각지에서 모두 4천500여명이 만세운동을 재현하는 장면이 생중계를 통해 국채보상공원으로 전달됐다.

달서구 행사에 참가한 김희정(34) 씨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독특한 경험을 해 보고 싶었는데 애국지사 말씀을 듣고 만세도 함께 외쳐 보니 뭉클한 기분이 들었다. 나라의 소중함을 느끼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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