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군 당국이 올해부터 연합 군사훈련인 키리졸브(KR) 연습과 독수리 훈련(FE)을 하지 않기로 했다. 두 훈련은 북한의 전면 남침을 가정해 북의 공격을 방어한 뒤 북으로 진격하는 훈련으로 짜여 있다. 지금까지 이들 훈련에는 미군의 전략 폭격기, 핵 잠수함 등 전략자산의 전개와 함께 한미 양국에서 수만 명의 병력이 동원됐다. 이런 훈련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대북 억지력 유지 차원의 대규모 야외 기동훈련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 목적은 국방부의 설명에 따르면 북한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뒷받침하는 데 있다. 다시 말해 비핵화 협상 동력 유지를 위해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북한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강력히 반발해왔음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문제는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한다고 비핵화 협상이 탄력을 받을 것이냐이다.
북한 비핵화가 전혀 진전되지 않는 것은 그럴 뜻이 없기 때문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은 이를 분명히 보여줬다. 김정은은 북한 전역에 산재한 핵 시설과 핵무기, 핵 물질은 그대로 두고 영변 핵시설만 폐기하는 선에서 대북 제재의 전면 해제를 요구했다. 비핵화하지 않겠다는 소리다. 이런 사실은 KR·FE 훈련 중단이 북핵 문제 해결에 별다른 영향력을 가질 수 없음을 의미한다.
오히려 훈련 중단은 유사시 연합작전 능력 유지나 대북 억지력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득보다 실이 더 크다. 그뿐만 아니라 2차 북미 회담 결렬에도 미국에 대북 제재 해제를 설득하겠다는 뜻을 밝힌 문재인 대통령의 '3·1절 발언'과 맞물려 핵을 가진 채 원하는 것을 하나하나 얻을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북한에 줄 수도 있다.
국방부는 부정하지만, 이번 한미훈련 중단 결정으로 대북 대비 태세는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를 보완할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평화는 말이 아니라 평화를 강제하는 힘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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