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공항은 세계화시대의 도시 성장판이다

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

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
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

정호승 시인의 시 중에 '나는 희망이 없는 희망을 거절한다'라는 구절이 있다. 이제 시민들이 공항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대구공항은 연간 2천만 명이 이용하는 후쿠오카공항과 같은 활주로를 가지고 있다. 후쿠오카공항은 현재 대구공항 이용자보다 5배나 많다. 군공항만 이전해 가면 미주·유럽 노선을 띄울 수 있는 큰 공항도 충분히 가능하다.

사람의 성장판은 후천적으로 키우기 어렵지만 도시의 성장판은 사람의 힘으로 키울 수 있다. 세계의 도시들은 성장판이 되는 경제 인프라 키우기에 매진하고 있다. 댐에서 물을 끌어와서 도시를 만들고 생땅을 파서 만든 운하에 배를 띄우고 공항을 만들기 위해서 열을 올리고 있다.

물과 길은 도시의 성장을 견인하는 기초적인 성장판이다. 바다나 강을 끼고 있는 도시가 발전한다. 세계화 시대가 되면서 바닷길과 하늘길이 잘 갖춰진 도시가 융성한다. 잘나가던 내륙도시 대구가 부산과 인천에 밀려나는 현상은 바로 이 때문이 아니겠는가.

최근 급속하게 수요가 늘고 있는 대구공항이 없어질 위기에 놓여 있다.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지듯이 시장도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여야 한다. 공공의 재산인 사회간접자본도 마찬가지다. 대구공항이 없어진다면 대구시민들은 소중한 자산을 잃어버리게 된다.

1906년 대구시내를 감싸고 있던 대구읍성은 당시 대구부사였던 친일파 박중양에 의해 파괴되었다. 한국통감으로 와 있던 이토 히로부미를 등에 업고 고종의 윤허도 없이 이루어진 일이었다. 대구에 와서 장사를 하고 있던 일본인들의 성내 상권 진출을 도와주기 위해서였다.

사방의 담이 헐리고 난 자리는 동성로, 서성로, 남성로, 북성로가 되었다. 대구의 남대문이었던 영남제일관까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것이 지금까지 제 자리에 그대로 서 있다고 상상해 보라. 1980년 망우공원에 새로 만들어 세워 놓은 영남제일관보다 자랑스럽고 사랑받는 우리의 문화관광자원이 되어 있을 것이다.

공항이든 기차역이든 교통 인프라는 인구 밀집지역과 가깝고 접근성이 좋아 수요가 많은 곳에 만드는 게 원칙이다. 대구공항 통합이전은 군공항 이전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민간공항인 대구공항의 입지와 규모 문제는 후순위로 밀렸다. 군공항 이전지가 정해지면 민항에 대한 수요조사를 해서 적정한 규모로 만들겠다는 것이 국토부의 방침이다. 여기에 대구의 성장과 발전 요소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이러한 정부정책은 교통시설을 만드는 기본 원칙에도 어긋난다.

대구 군공항을 운영하는 제11전투비행단은 1970년 서울 김포공항에서 이전해 왔다. 내년이면 대구로 온 지 50년이 된다. 대구도 이제 극심한 전투기 소음으로부터 해방시켜 달라고 정부에 당당하게 요구할 권리가 있다. 대구공항을 민간전용공항으로 만들어야 대구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보장할 수 있다.

국가적으로는 국익을 지키는 것이 정치다. 마찬가지로 지역 정치인은 지역 이익을 지켜야 한다. 대구의 성장판인 대구공항을 지키고 키우는 일은 지금 당면한 지역의 정치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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