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사상 처음으로 3만달러를 넘어서면서 한국은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 인구 5천만명 이상이면서 1인당 GNI가 3만달러 이상인 '3050클럽'에 7번째로 진입했다. 2006년 2만달러를 넘은 지 12년 만에 달성한 성과다.
1인당 GNI 3만달러는 전쟁 후 최빈국에서 이룩한 경제성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953년 한국은 1인당 GNI가 67달러에 불과했다. 이후 1977년 1천47달러를 달성해 1천달러를 넘기까지 24년이 걸렸다.
산업화를 통해 17년이 지난 1994년(1만168달러)에는 1인당 GNI 1만달러를 넘었다. 한국은 1인당 GNI가 1만3천77달러를 기록한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29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맞으며 1998년에는 1인당 GNI가 7천989달러까지 추락했다. 구조조정 등을 통해 이듬해 1만282달러를 기록하며 1만달러에 복귀했다. 2000년에는 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의 공적개발원조(ODA) 협력국 명단에서 제외됐다. ODA 수혜국에서 원조하는 국가로 탈바꿈한 것이다. 최빈국 수준의 원조 수혜국이 원조하는 국가로 전환한 것은 사실상 한국이 유일하다.
이후 2006년에는 1인당 GNI가 2만달러를 넘어섰지만 3만달러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2008∼2009년 2년 연속 1인당 GNI가 하락했다. 2009년에는 1만8천256달러까지 떨어져 2만달러 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2015년을 제외하고는 2010년부터 1인당 GNI가 지속적으로 성장했고, 지난해 3만달러를 돌파했다.
한국은 OECD 회원국 가운데 22번째로, 인구 5천만명 이상인 국가 중에서는 세계 7번째로 3만달러를 달성했다. 1인당 GNI가 2만달러에서 3만달러로 진입하는 데 12년이 걸렸다. 미국(9년)과 영국(11년)보다 길었지만 프랑스·이탈리아(14년)보다는 짧다. 한국은 앞서 1만달러에서 2만달러로 넘어갈 때도 12년(1994년∼2006년)이 걸렸다.
그러나 경제 성장세를 이어가지 못하면 3만달러는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 스페인과 그리스 등은 한때 1인당 GNI 3만달러를 넘었다가 2만달러대로 떨어져 회복하지 못하는 국가이다. 독일은 2만달러 달성 6년 만인 1996년 3만달러를 넘었지만 1998년 2만달러대로 하락했다가 2004년에야 3만달러대에 복귀했다.
앞으로 고용 부진과 소득 양극화 극복이 과제로 남았다.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면서 고용 창출이 어려워졌고, 지난해 4분기 기준 소득 최하위 20%(1분위)와 최상위 20%(5분위)의 격차가 커졌다. 경제 전문가들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일자리를 늘리지 못하고 소득 분배가 악화될 경우 서민이나 하위계층의 체감 경기는 나아질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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