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여자로 구분된 삶이 아닌 의사로서의 길을 천직으로 여기고,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마음으로 살아왔습니다."
대구시 수성구 만촌동에서 박언휘종합내과를 운영하고 있는 박언휘 원장의 병원은 한 달에 한 번 쉰다. 휴일과 공휴일도 문을 연다. 평일 진료 마감은 오후 7시 30분이지만 격일로 밤 9시까지 연장한다. 이마저도 환자가 대기하고 있으면 시간을 넘겨 퇴근하기 일쑤다.
그는 "환자와 있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내게 온 아픈 환자가 나아가는 것을 보며 힐링을 느낀다"고 말했다. 개업 15년 동안 식사시간조차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옷 사러 백화점 간 적도 없다고 했다.
스스로를 위한 시간 없이 일에만 몰두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내가 가진 만큼 더 남을 도와줄 수 있기 때문에 열심히 일 하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배고픈 사람에게는 밥을 줘야하고, 아픈 사람엔 약을 줘야 하는데 모두가 돈이 든다. 돈이 없으면 사랑을 표현할 수가 없다"는 설명이었다.
박 원장이 수입 대부분을 베푸는 데 아끼지 않는 것은 지나온 아픈 상처와 무관치 않다. 그는 울릉도 출신이다. 독립운동을 하던 할아버지가 일경의 눈을 피해 온 것이 고향이 됐다. 퀴리 부인과 슈바이처를 꿈꾼 예쁘고 똑똑했던 아이는 대구로 와서 여고를 수석 입학하고 경북대 의대에 진학했다. 그러다 본과 1학년 때 아버지의 사업 파산으로 학업은 물론이고 끼니를 걱정할 처지가 됐다.
용기 내어 내밀었던 도움의 손짓조차 외면당하고 여성으로서 수모의 말을 듣는 등 절망 속에서 극단적 시도를 하기도 했다. 사흘만에 깨어난 그는 '앞으로 의사의 삶을 산다면 나눔과 봉사를 실천하는 슈바이처의 길을 걷겠다'고 다짐했다.
그런 생각은 평생 실천으로 이어졌다. 매주 무료진료 봉사를 나가고 장애인을 위한 나눔에 힘썼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약봉지도 만들었다. 요양보호시설에 매년 1억원 이상의 독감백신을 공급하는 등 의료 사각지대를 챙겨오고 있다. 어디든 도움이 필요한 곳엔 주저하지 않은 것이 지난해 자랑스런 대구시민상, 대한민국 봉사대상 대통령상 수상으로 인정 받았다.
박 원장은 최근 사회에 대한 분노가 커져 범죄로 표출되는 상황을 우려하며 "있는 사람이 더 베풀어야 함께 행복하다"며 자기가 속해 있는 구성원들을 위해 일해야 '선한 리더'가 된다고 강조했다.
"저의 나비 날개짓 같은 작은 움직임이 사람들에게 선한 마음으로 살 수 있는 자극이 되고, 특히 학생들에게 멘토 같은 존재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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