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맘 커뮤니티에는 엄마들이 자녀를 데리고 괌이나 캐나다, 말레이시아 등으로 한 달 살기에 나섰다는 체험담이나 이를 계획한다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또한 회원들은 이들 국가에서 한 달 살기를 할 수 있는 여행사 상품도 공유한다. 단순히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다. 바로 미세먼지로부터 잠시나마 도피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웬만큼 경제적 여유가 되지 않으면 실천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맘부격차'(Mom+빈부격차)라는 씁쓸한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미세먼지로부터 자녀를 어떻게 지켜내느냐가 맘부격차의 지표가 되는 세상이다.
뿌옇고 답답한 날이 너무 잦다. 미세먼지가 참으로 재난 수준이다. 미세먼지가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횟수가 거듭되더라도 고통의 절대량은 줄지 않는다. 미세먼지를 조금이라도 덜 마시기 위한 갖가지 방법이 공유되는 것을 보면 서글픔마저 밀려온다.
요 며칠 분위기는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수도권에는 사상 유례없는 7일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졌고 대구를 비롯한 전국적으로도 이 조치가 발령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세먼지와 관련한 긴급회의를 열고 방안 마련을 강조하는 등 정부의 태도 변화가 감지된다. 정부가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제대로 체감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알맹이가 쏙 빠진 듯하다.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근본 원인을 따질 때 중국을 빼놓을 수 없는데 이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나 계획은 이번에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미세먼지가 심해질 때마다 국민은 중국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를 낸다. 중국발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를 떠나 '미세먼지=중국'이라는 등식이 뇌리에 박혀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우리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들 중국발 미세먼지가 감소하지 않으면 헛수고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런 반응에는 우리 정부의 소극적인 자세도 한몫했다. 국경을 넘나드는 월경성 환경 문제는 풀어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국가 간 긴밀한 협력이 없다면 정확한 원인 분석이 안 돼 해결 방안을 마련하거나 책임 소재를 가리기가 어렵다.
중국은 벌써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 자국의 영향이 미미하다며 방어 태세에 들어갔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일 "한국의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온 것인지에 대해 충분한 근거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또한 같은 날 중국 신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한국이 자국의 미세먼지에 대한 중국 책임을 70%라고 하는데 사실은 15%에 불과하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이럴 때 가장 필요한 것이 '환경 외교'다. 외교력으로 중국을 협력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중국과의 대화와 협상을 진행하면서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는 카드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국제사회에 이 문제를 널리 알려 관심과 지원을 받도록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
1950년대 북유럽 산성비 오염사건에서 피해자인 스웨덴은 영국과 서독에서 날아온 아황산가스를 주범으로 지목하고 연구 결과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발표했다. 그 뒤 꾸준히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애초 혐의를 부인했던 영국과 서독의 협력을 이끌었고 산성비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했다.
외교도 결국 행동이다. 이번에 환경부가 중국과 대응 공조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말잔치'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비협조적인 중국의 태도에 이번 발표가 흐지부지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독하고 치밀하게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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