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해서 더 불안하다. 이번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오늘 선거가 치러지는데, 유난스럽다 싶을 정도로 조용하다. 물론 지난달 말 후보자 등록을 받기 전부터 '돈 선거' 얘기도 나왔고, 적발 사례도 심심찮게 언론에 등장했다.
조합원 28명에게 현금 1천290만원을 뿌린 혐의로 한 축협 조합장 출마 예정자 등 2명이 구속됐고, 한 농협 조합장 후보자의 장모는 사위의 출마 사실을 알리고 지지를 부탁하면서 조합원 10명에게 30만원씩 300만원을 돌렸다가 검찰에 고발됐다. 한 조합원이 선관위에 자수하면서 금품 살포가 밝혀졌고, 선관위가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SNS를 통한 자수 권유와 탐문 조사에 나서자 나머지 9명도 차례로 자수했다.
이런 사례는 전국적으로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넘쳐난다. 하기야 전국 1천344곳의 조합장을 동시에 뽑는 선거가 치러지는데, 이런 불·탈법이야 예상 못 했던 바도 아니다. 경북 180개 조합(농협 148곳, 수협 9곳, 산림조합 23곳)과 대구 26개 조합(농협 25곳, 산림조합 1곳)도 오늘 새 조합장을 뽑는다.
그런데 이번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 4년 전인 2015년 치러진 제1회 선거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당시만 해도 첫 동시조합장선거였던 탓에 세간의 관심도 매우 컸다. 그 때문에 얼핏 시시콜콜해 보이는 일들까지 이면을 들추고 문제점을 지적한 기사들이 적잖았다. 그 배경에는 이전투구식 내부 고발이 한몫했다.
조합장 선거는 예비 후보자를 뽑거나 후보자 토론회를 여는 등의 예열 기간이 아예 없고, 선거운동 기간도 워낙 짧은 데다 후보자 본인 외에는 선거운동에 나설 수도 없다. 조합 내부 사람이 아니면 유권자가 누구인지, 후보로 나선 사람이 어떤 경력을 가진 인물인지도 모를 정도다.
조합장의 성추문, 공금 횡령, 조합 판매상품 입점권을 둘러싼 금품 수수, 직원 채용 및 승진을 둘러싼 인사 청탁 등을 내부 고발 없이는 알 수 없다. 기존 조합장뿐 아니라 다른 후보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조합 이사나 주요 보직자들이 출마하기 때문에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내부 직원들만큼 훤히 아는 사람도 없다.
그런데 올해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는 이런 내부 고발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물론 선관위나 검·경이 발표한 선거사범 통계치를 보면, 지난 선거보다 금전 살포 등 불·탈법 사례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뭔가 찜찜한 기분이 남는다.
어두운 면을 들춰봐야 별 관심을 끌지 못하다보니 결국 용기 낸 사람만 찍혀서 손해를 본다는 생각이 팽배한 것은 아닐까. 워낙에 기존 조합장들이 유리한 선거판이다보니 괜스레 파열음을 냈다가 자기 자리 보전도 힘들다고 판단한 것은 아닐까.
돈, 식사, 물품 등을 제공받은 조합원이 이를 신고할 경우 포상금 지급 최고액은 3억원이다. 2015년 제1회 동시선거 때에는 83명에게 4억9천800만원의 신고포상금이 지급됐다. 그리고 제1회 선거 당선인 중 52명이 위법행위로 당선 무효 처리됐다.
부디 이번 선거에선 당선 무효 처리가 적게 나오기 바란다. 그런데 사법 처리 당선인이 적어졌다고 해서 과연 선거가 그만큼 깨끗했다고 믿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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