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 우울증, 마음의 감기? 전신질환입니다!

이근아 가정의학 전문의(한국건강관리협회 대구지부)

우울증은 인구의 1~5% 정도가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0명 당 최고 5명이 우울증 환자라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특히 시인의 50%, 음악가의 38%, 화가의 20%, 조각가의 18%, 건축가의 17%가 우울증을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우 박진희 씨가 2009년 발표한 석사학위 논문에서는 연기자 중 38.9%가 우울증에 시달리고, 40%는 자살을 생각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일반인의 뇌가 수많은 자극 가운데 필요한 것만 선택해 받아들이는 반면에, 예술가와 연기자들은 감수성이 높은 만큼 모든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어쩌면 우울증을 보이는 사람이 더 창의적일 수 있다. 하지만 한번씩 우울한 기분이 드는 것과 우울증 환자가 되는 것은 다르다.

◆마음이 아프니, 몸도 아프다

건강한 사람도 어떤 일에 의미를 느끼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 때 우울한 기분이 든다. 몸과 마음이 너무 치쳐 있을 때나, 고생 끝에 힘든 프로젝트를 끝내고 시험을 마쳤지만 홀가분하기는 커녕 허탈감이 들 때도 있다. 이 정도는 정상적 범위 이내라고 할 수 있다.

우울증 환자의 반응은 좀 더 극단적이다. "삶 자체가 불쌍하다. 다 죽는 삶인데 왜 이렇게 고통스럽게 살아야 하나?" "부모는 왜 나를 낳았나?" "다른 사람들은 다 잘났는데 나만 아니다. 나 같은 건 사라져야 한다." 이처럼 삶의 의미나 의욕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 우울증 진단 기준에 포함된다.

마음이 우울하면 몸도 우울해진다. 때문에 우울증은 몸도 아프게 한다. 잠이 안 오는 사람도 있지만 하루 종일 잠만 자는 사람도 있다. 수면 사이클 자체가 망가져서 잠을 못 자거나, 아니면 12시간, 24시간 동안 잠만 자는 것이다. 밥을 잘 안 먹게 되어 체중이 빠지거나, 아예 폭식을 하기도 한다.

심리적인 요인 뿐만 아니라 신체적인 요인, 사회적인 요인도 우울증을 불러온다. 완변주의, 의존적인 성격, 낮은 자존감이 우울증에 취약하고, 원치 않은 충격적인 일이나 이혼·사별·파산이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우울증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신체질환으로는 갱년기, 갑상선 질환, 수술 후, 암 선고, 항암제 투약 또는 약물의 부작용, 뇌졸중 등이 꼽힌다. 갑상선·여성호르몬 이상이나 뇌의 신경전달 물질 이상이 우울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선입견을 버려라

우울감 조사에서 10~15점 정도 나오면 정상범위에 속한다. 그런데 대기업 CEO를 대상으로 우을증 선별검사를 하면 '우울감 0'이 나오기 일쑤다. 진짜 우울감이 전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우울감 자체를 느끼는 감성마저도 허락하지 않는 집단이 CEO인 셈이다. 완벽주의와 성취 지향주의가 가져온 결과이다. 또한 우울증에 대한 우리사회의 부정적인 선입견을 반영한다.

질환으로서의 우울증과 정상적인 우울한 기분이 이분법적으로 명확히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기분의 스펙트럼이 '아주 좋다-아주 우울하다'로 이어져 있다면, 우울증은 좀 더 우울한 기분으로 치우쳐 있을 뿐이다.

따라서 우울증 치료의 첫 조건은 우을증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버리는 것이다. 스마트폰도 충전이 필요하듯 바쁜 일상 속에서 몸과 마음이 리듬을 잃고 탈진되어 방전되었다면, 잠시 모든 것을 멈추고 나를 돌보고 살펴보는 것이 당연하다. 우울감이 보내는 몸의 신호를 긍정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삶의 속도를 줄이고, 잠시 쉬면서, 진로나 나아갈 방향을 재점검해보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항우울제 복용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도 바꿀 필요가 있다. 이근아 가정의학 전문의는 "가벼운 우울증의 경우는 2~3주만 약을 먹어도 신체증상이 많이 완화된다."면서 "우울증은 항우울제 복용만으로 70% 이상에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혈압이 높아 혈압약을 먹듯이 우리 뇌의 신경전달 물질이 고갈되어 우울해진다면 항우울제 복용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 세로토닌 라이프스타일로 바꾸자

약물치료나 심리상담만큼 중요한 것은 일상의 리듬을 되찾는 일이다. 특히 육체적인 일상 리듬은 무기력을 벗어나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일찍 잠을 잘 자고 잘 일어나고 매일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우울증 치료에 마음 자세 만큼이나 몸 관리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따라서 몸이 치지지 않게 과로하지 않고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햇빛과 산책은 신경전달 물질인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시킨다. 통상 일조량이 적은 나라에서 우울증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산책을 하면 몸이 활기차지면서 햇빛을 통해 비타민D 생산이 많아져 우울감이 사라지는 효과가 있다.

이근아 가정의학 전문의(한국건강관리협회 대구지부)

이근아 전문의는 "현미, 콩, 두부, 요구르트, 연어, 견과류 등 비타민B와 트립토판이 많은 음식이 우울증에 좋다."면서 "반려동물 기르기와 취미활동 역시 생활에 활력을 주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도움말 이근아 가정의학 전문의(한국건강관리협회 대구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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