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군사전략가 버나드 브로디는 1946년 핵무기를 "절대무기"(absolute weapon)라고 했다. 핵무기의 위력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극치라는 뜻이다. 그러나 핵무기의 '절대성'은 이런 의미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재래식 무기처럼 양이 많고 위력이 클수록 우위에 서는 '상대성'이 통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도 '절대적'이다.
미국 정치학자 스티븐 침발라는 이런 핵무기의 절대성을 이렇게 설명한다. "매우 작은 핵무기라도 목표물을 뚫을 수 있고 그 목표물이 아주 정밀하게 설정된다면 그것은 매우 위협적인 존재다." 극단적으로 단 한 발만 적국의 인구 밀집 지역에 명중시킬 능력만이 있어도 핵 억지력을 갖는다는 것이다.
프랑스와 영국의 핵무장은 이런 '절대성' 개념을 바탕으로 한다. 어차피 소련의 핵전력을 따라잡을 수 없으니 소련을 멸망시키지는 못해도 고통을 줄 정도의 핵전력은 유지한다는 것이다. 영국의 이른바 '모스크바 기준'은 이런 전략 개념을 잘 보여준다. 어떤 상황에서도 모스크바 하나는 확실하게 파괴할 핵전력은 유지한다는 뜻이다. 영국이 선제 핵공격에 가장 생존성이 뛰어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만 남기고 나머지 핵전력은 모두 포기한 이유다.('전쟁의 경제학' 권오상)
이런 사실은 무엇이 '북한 비핵화'인지 분명히 정의(定義)하게 한다.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과거·현재·미래를 통틀어 핵탄두·핵물질·핵시설을 포함한 핵과 관련된 모든 것의 폐기이다. 지금까지 이에 가장 근접한 것이 비핵화를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핵 계획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명시한 2005년 6자 회담 '9·19 공동성명'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은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가 비핵화의 본래적 정의는 물론 9·19 공동성명에도 못 미친다는 것을 확인해줬다. 비핵화할 뜻이 없다는 소리다. 더 헛웃음이 나오는 것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가 불가역적 비핵화 단계로 접어드는 것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태평스러운 인식이다. 영변 핵시설은 북한 전역에 널린 핵시설 중의 하나일 뿐이다. 문 대통령은 비핵화란 말뜻부터 다시 공부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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