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암이 '위암'이다. 치료 후 예후도 좋지 않아서 진단 후 5년 내 사망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과거에는 위암 수술을 받으면 최소한 위의 2/3를 잘라내야 했고, 윗부분에서 암이 발생하면 위 전체를 절제해야 했다.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삶의 질이란 참담할 수밖에 없다.
2000년 초반부터 위내시경 치료가 본격화 하면서 상황은 획기적으로 변했다. 조기발견만 한다면 내시경치료를 통해 위를 그대로 살리고 정상적인 식생활이 가능해졌다. 위암 환자의 환치 가능성과 삶의 질이 급격히 향상된 것이다. 위암·식도암 치료 내시경 전문의인 이시형(46) 영남대병원 교수를 만났다.
- 위암이 한국인에게 유독 많다. 원인은 어디에 있나?
▶위암 발생은 식사습관, 유전적 요인, 헬리코박터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서양인에 비해 한·중·일 3국에서 위암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맵고 짠 음식을 선호하는 것과 헬리코박터균 영향이 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위암의 발생 단계에 대해 알려달라.
▶만성위염·위축성위염이 장상피화생(위장의 겉표면이 작은 창자의 겉표면 처럼 변하는 단계)과 선종(비정상적인 세포 모양을 이루는 암 직전 단계) 단계를 거쳐 위암으로 발달한다. 건강검진에서 만성위염·위축성위염이 보이면 헬리코박터균을 곧바로 치료하는 것이 위암 발생을 막는 지름길이다. 정부는 2년마다 위내시경 검사를 권고하고 있지만, 장상피화생 단계를 획인하면 매년 위내시경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 위내시경 치료는 반드시 위암이 발생해야만 가능한가?
▶ 아니다. 조기위암(1기) 뿐만 아니라 그 이전인 선종단계부터 할 수 있다. 조기위암의 내시경 치료 5년 생존율은 95%를 넘어서고 있다. 말기(4기)의 5년 생존율 10% 미만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가 난다. 그만큼 위암의 조기발견과 치료는 중요하다.
- 위암보다 식도암이 더 예후가 나쁘다는데 이유는 무엇인가?
▶식도암은 선암과 편형세포암으로 구분한다. 위식도 역류질환으로 유발되는 선암은 10% 미만이고, 담배와 술이 주 원인인 편형세포암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술, 담배를 많이 하는 나이 든 남성이 '음식이 잘 안 넘어간다'며 찾아오는 경우가 상당수다. 이 때는 이미 암이 커져서 식도를 막아버린 상태다. 내시경 치료는 불가능하고, 항암·방사선 동시요법이나 내시경 스텐트 시술로 식사를 가능하도록 도울 뿐이다. 정기적인 위내시경 검사로 식도암의 조기발견이 가능하다.
- 위식도 역류질환 분야도 전문적으로 치료하고 있는데, 요즘 환자들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나?
▶최근 3, 4년 사이에 중년여성을 중심으로 위식도 역류질환 환자가 2, 3배 급증했다. 패스트 푸드, 커피 등 음식의 서구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지 않나 추정한다. 약을 처방해도 60~70% 환자에게만 효과가 있고, 약을 끊으면 곧바로 또는 수개월 뒤 재발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처방 약이 위산을 중화시킬 뿐,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음식을 조절하고 약을 먹으며 평생 조절하는 질환으로 이해해야 한다.
- 치료 내시경 전문의로서 보람과 목표는?
▶매주 15건 정도 내시경 치료를 하는데 성공할 때 환자가 느끼는 만족도는 대단히 높다. 반면에 보람이 크지만 의사로서의 부담은 가중된다. 내시경 치료 중 천공이나 출혈이 생기면 환자가 위험해질 수 있어 고도의 섬세함이 요구된다. 또 다른 분야보다 더 오랜 수련기간이 요구되는 3D 분야인 셈이다. 하지만 동료 의료인들이 자신과 가족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의사가 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약력> ▷영남대 의과대학 졸업 ▷영남대병원 인턴 및 전공의 ▷영남대학교의료원 소화기내과 펠로우·임상강사·조교수 ▷영남대학교의료원 소아청소년과 부교수 ▷미국 네바다 주립대 연수 ▷대한소화기학회 정회원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정회원 ▷대한상부위장관 헬리코박터학회 정회원 ▷대한장연구학회 정회원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 정회원 ▷대한소화기암학회 정회원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ESD 위원회 위원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식도암 진료지침 위원 ▷대한소화기암학회 위·식도암 연구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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