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의 창] 일본이 왜 저럴까

이성환 계명대 교수 (일본학전공·국경연구소 소장)

이성환 계명대 교수(국경연구소 소장)
이성환 계명대 교수(국경연구소 소장)

위안부·강제징용 사사건건 생트집

핵 존재하는 한반도 통일 두려워해

'韓은 日의 관할' 과거적 사고 여전

양국 관계 새로운 인식 프레임 필요

작년 11월 일본 니가타의 한일포럼에 갔다. 최근 한국과 일본은 상대 국가에 대한 중요성이 낮아졌다. 이 때문에 관계 회복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어졌고 정부도, 여론도 무관심하다. "일본이/한국이 이상하다"고 서로 비난만 하고 있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이에 동의했다. '일본 모델을 이탈한 한국'의 성장으로 괴리가 생겼기 때문이라는 일본 측의 분석이 있었다. '한국의 성장으로 인한 괴리'라는 말이 거슬렸다. 한국이 성장하지 않았으면 한일 관계가 나빠지지 않았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일본이 왜 저럴까 생각했다.

한일 관계는 최악으로 삐걱거린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초계기 위협, 강제징용 판결, 위안부 문제 등 사안마다 일본이 트집이다. 북한 핵 문제와 남북 관계에서 희망의 신호가 보이면 일본은 불편한 듯 애써 외면한다. 급기야 지난 1월 말 국정 방향을 밝히는 시정연설에서 아베 신조 총리는 중국을 강조하면서 한국은 없는 양 취급했다.

지난달 28일 북미회담 결렬에 대한 일본의 반응에 갸우뚱했다. 관련국들이 아쉬움을 보이는 가운데 아베 총리는 기다린 듯이 "안이한 양보를 하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을 지지한다"고 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일본은 웃고 있다"고 했다. 일본 언론은 하노이 북미회담 전부터 부정적 평가를 많이 했다. 자체 분석인지 미국 정보인지는 알 수 없으나 결과적으로 그들의 예상이 맞았으나, 한국 입장에서는 그것이 그들의 바람인지 방해인지 알 수 없는 미묘함이 있었다. 일본이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미국에 전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만을 없애고 일본이 북한의 미사일 사정권 안에 남게 되거나, 핵을 가진 상태에서 한반도가 통일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일본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면 계속 반대할 것이다.

또 일본은 한국이 중국에 접근하는 데 대해서도 우려가 크다. 일본에서 한국의 중국 경사(傾斜)론과 혐한(嫌韓)론이 거의 동시에 제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일본은 한반도에서 일본에 비우호적인 세력이 존재하거나, 동북아에서 고립되는 구도를 매우 꺼린다.

일본의 미국 '추종'에는 이 같은 우려를 방지하거나 보완하는 방편으로서의 의미가 크다.
일본의 이런 인식은 근대이행기에서부터 형성된 오랜 것이다. 일본 육군의 아버지라 불리며, 이토 히로부미와 쌍벽을 이뤘던 야마가타 아리토모 총리는 1890년 첫 의회 시정연설에서 "국가의 주권이 미치는 범위는 주권선(국경)이며, 주권선의 안전을 위해서는 이익선을 지켜야 한다. 조선은 일본의 이익선이다"고 선언했다. 이후 일본은 한반도를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일본이 안심하기 위해서는 조선(한국)은 일본의 수중에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당시 한일 간의 힘의 관계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한반도에서 청과 러시아의 세력이 강해지자 일본은 조선을 확보하기 위해 청일, 러일전쟁을 일으켰다. 그들에게 이 전쟁은 '자국의 안전'을 위한 것이었으며, 한일병합은 그 연장이었다

일본의 인식과 한일의 역학(力學) 관계는 한국의 독립 후에도 단절되지 않았다. 여전히 한국은 일본 '관할'하의 존재여야 했으며, 과거 침략에 대한 반성은 한국의 희망일 뿐이었다.

그런데 삼성이 소니를 제쳤듯이 근대 이후에 형성되었던 한일 간 힘의 관계는 근본적 변혁을 맞고 있다. 중국의 굴기(崛起·벌떡 일어섬)로 1840년 아편전쟁 이후의 대국 관계가 흔들리고 있는 것처럼. 일본이 이러한 변혁에 대한 현실 인식을 가지지 않으면 한일 관계는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다. 일본에게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한일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프레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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