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기소된 전두환(88) 전 대통령이 11일 재판을 받기 위해 광주지방법원에 도착했다.
전씨는 이날 오전 8시 32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출발해 낮 12시 34분 광주지법 법정동에 도착했다. 전씨는 승용차에서 내려 경호원의 부축을 받지 않고 스스로 걸어서 법정동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전씨는 차에서 내려 현장에 있는 취재진과 시민들을 한차례 둘러본 뒤 조금 비틀거리며 느릿한 걸음으로 이동했다. 신뢰관계인으로 동행한 부인 이순자 여사도 전씨 바로 뒤에서 따랐다.
전씨는 광주시민들에게 사과할 생각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경호원의 제지를 받던 다른 취재진이 손을 뻗어 "발포 명령 부인하십니까"라고 질문하는 과정에서 "이거 왜 이래"라고 말하고는 법정에 들어갔다.
광주지법 법정동 앞 또한 긴장감이 흘렀다. 전씨가 걸어 들어갈 법정 입구는 전날부터 법원 측이 설치한 통제선으로 가로막혀 있었다. 법원 관계자들은 법정 바로 앞에 있는 쪽문의 출입을 통제하며 혹시 모를 불상사에 철저히 대비했다.
전 씨의 재판은 이날 오후 2시 30분으로 예정돼 있지만, 법정 앞은 이른 아침부터 미리 취재 준비를 하려는 취재진 100여명이 장사진을 이뤘다. 취재진은 각자 취재할 위치를 의논하며 전씨가 도착했을 때 혼란을 막기 위해 대비했다. 법원 측과 사전에 취재 방식 등을 협의한 이들은 통제선을 따라 방송 카메라 등 취재 장비들을 빼곡히 들여놓고 예행연습을 하기도 했다. 전 씨의 차량이 들어설 것으로 예상하는 쪽문 인근 도로에는 출석 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하기 위한 방송 차량 십여대가 줄지어 대기하고 있었다.
'전 씨의 법정 출석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인간 띠를 잇기로 한 평화시위대는 이날 오후부터 집결할 예정이어서 오전 시간 동안 법원 앞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법원 앞에서 펼쳐지는 생소한 풍경에 길을 지나가는 시민들은 걸음을 멈추고 취재진의 모습을 한동안 지켜보기도 했다. 법원 건너편에 있는 초등학교에 자녀 3명을 데려다주던 한 학부모는 자녀들에게 취재진이 모여있는 이유를 설명해주기도 했다. 초등학생들은 이러한 모습이 신기한 듯 쉬는 시간마다 창문을 열고 취재진의 모습을 구경했다.
법원 앞을 지나던 주민 김신덕(64) 씨 역시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억울하고 원통한 사람들이 있는데 회고록에 거짓말을 쓰는 것은 정말 아니라고 본다"며 "사죄는 사죄대로 해야 하고 죗값은 죗값대로 반드시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과 경찰은 전씨가 자진출석함에 따라 출석을 강제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법원과 협의해 구인장을 집행하지 않았다. 전씨의 재판은 이날 오후 2시 30분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