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정부, 대북 경협 서두르며 미국과 각 세워 얻을 게 뭔가

김연철 통일부장관 후보자가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에 적극적인 입장을 밝혔다. 김 후보자는 11일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가 가능하다고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 정부에서도 나름대로 입장을 밝힌 부분이 있는데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비핵화할 뜻이 없음이 분명히 드러났음에도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방안을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방침을 그대로 따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불가라는 미국의 뜻이 확인됐음에도 이런 발언이 나왔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 7일 개성공단·금강산관광 등 남북 경협에 대해 "제재 면제를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No"라고 짧게 대답했다. 결국 김 후보자의 발언은 대북 제재 해제를 놓고 미국과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이는 남북 경협을 위한 제재 완화 문제를 미국과 논의하는 평화기획비서관 신설 등 대북 제재 완화에 무게를 실은 청와대 국가안보실 조직 개편과 맞물려 문 대통령이 미국과 공조 대신 독자 노선을 가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관측까지 낳는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에 대해 "제재가 아닌 자해"라고 한 김 후보자의 과거 발언은 이런 우려를 근거 없는 비약으로 치부하지 못하게 한다.

대북 제재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단호하다. 비핵화 이전 제재 완화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개성공단·금강산관광을 재개하려면 유엔 제재와 미국의 독자 제재를 위반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얘기다. 우리 국민부터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문 정부는 현실감을 회복해야 한다. 지금은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에 에너지를 허비할 때가 아니라 북한 비핵화를 위해 미국과 공조해 대북 제재를 견고하게 유지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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