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교칼럼]초미세 먼지

박병욱 대구중앙교회 대표목사

박병욱 대구중앙교회 대표 목사
박병욱 대구중앙교회 대표 목사

최악의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었다. 미세먼지 공포가 국민들을 사로잡고 있다. 미국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공기 1㎥당 10㎍ 이상의 초미세먼지가 전 세계 인구 1명당 기대수명을 1.8년씩 단축시킨다고 한다. 같은 방식으로 분석하면 흡연은 1.6년, 음주와 약물중독은 11개월씩 수명을 단축한다고 한다. 미세먼지가 술, 담배보다도 해롭다는 것이다. 먼지 농도가 10배가 되면 어떨까? 다른 연구에 의하면 100㎍/㎥ 정도의 초미세먼지는 매일 담배 5개비를 피우는 것과 같다고 한다. 끔찍하다. 그런데 이건 현실이다. 최근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가 178㎍/㎥까지 올랐고, 충북은 239㎍/㎥를 기록했다. 이를 어찌하랴.

하늘이 연일 회색이다. 이젠 하늘색을 푸른색에서 회색으로 바꿔야겠다. 실례로 독일의 어린이들이 풍경화를 그릴 때 하늘을 파란색으로 칠하는 아이는 드물다. 두꺼운 구름이 깔린 어두운색으로 그리는 어린이가 더 많다.

초미세먼지가 우리 일상을 뒤집어 놓는다. 아내는 신천을 거니는 것이 기쁨인데, 이제는 반드시 미세먼지 예보를 확인한 후에야 외출한다. 아들이 쉬는 시간에 농구를 하고 상대 팀을 이겼다고 즐거워하는 데 엄마는 미세먼지 때문에 왜 야외에서 운동을 했냐고 야단을 친다. 자영업자들은 초미세먼지 때문에 매출이 뚝 떨어졌다고 울상이다.

이젠 꽃들이 만발하는 봄이다. 봄날에 꽃구경이나 제대로 하게 될지 걱정이다. 나는 자주 두려운 상상에 사로잡힌다. 공해물질이 미세한 분자로 쪼개져서 세포막을 그대로 투과하여 세포 내 물질에 흡착된다면,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며칠 전에는 악몽까지 꾸었다. 초미세 중금속이 DNA의 핵산 사이에 끼어 들어가서 유전자 배열이 뒤틀렸다. 사람의 눈 하나가 뒤통수에 가서 붙어 있고, 손과 발의 위치가 바뀌어 있다. 사람이 서커스하듯이 바닷가의 게처럼 걸어다니고 있었다. 춘몽이 악몽으로 바뀌었다. 사람들은 마스크를 값싸게 보급해달라고 한다. 교육기관과 공공기관에 공기정화기를 설치하겠다고 한다. 원인을 해결하지 않는 임시방편이다. 도심에 대형 공기정화기를 설치할 것을 검토한단다. 그런 방법이 유효하다면 여름이 유난히 더운 대구시는 요지마다 대형 에어컨을 설치할 것인가?

수도권에서는 지난주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효했다. 비상저감조치는 주로 자동차 운행 제한조치다. 하지만 자동차로 인한 미세먼지는 2% 정도이다.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조기 폐쇄로 줄일 수 있는 미세먼지 양은 전체의 1.5% 정도이다. 중국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도 다량 있을 것이다. 얼마 전엔 고등어가 억울하게 미세먼지의 주범이 되었다. 모든 생선과 삼겹살을 구울 때, 쓰레기 소각 때 미세먼지가 나오는데 말이다. 미세먼지는 그 원인도 미세하다. 이제는 진지하게 미세한 관심을 갖자.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강구해보자. 티끌 모아 태산이란 속담이 여기에도 적용된다. 미세한 방법들이 모여 태산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기회에 우리는 마음가짐부터 미세한 사랑을 갖자. 미세먼지가 한 번 몸에 침투하면 치명적이라는 데, 미세 사랑도 사람의 마음에 한 번 침투하면 결정적으로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미세먼지에 관심을 갖는 동시에 이웃의 미세한 형편을 잘 헤아리는 관심을 갖자. 사회적 약자에 대한 미세 관심 말이다. 악몽이 길몽으로 바뀌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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