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리면 열릴 것이다.' 진부한 경구이지만 대입에서 이 말만큼 진실을 담고 있는 말도 없다.
다른 말로 하자면 '열어야 열린다'는 말이겠는데, 아이들이 학교생활에서 가장 먼저 열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마음'이다.
3월이 되면서 가장 걱정이 많은 이는 아마 신입생 학부모일 것이다. 입학과 함께 대입이 시작되는 지금의 입시환경에서 과연 아이가 고등학교 생활을 제대로 시작할지,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시대에 시험성적만큼 중요하다는 비교과활동은 첫 단추를 잘 꿰어서 하게 될지 이래 저래 걱정이 많을 것이다.
실제로 3월 현재, 고등학교에서는 동아리 구성부터 자율활동, 진로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또 학생들에게 수행평가의 방법과 절차, 평가기준에 대한 내용이 공지되고 있으므로 아이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한 학기 학교생활의 밑그림이 그려진다.
동아리를 생각해 보자. 1학년부터 자율동아리활동의 학생부기재방식이 학년당 1개만 기재할 수 있고, 동아리명, 동아리에 대한 간략한 설명만 30자 이내로 입력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사교육 유발요인이 있는 자율동아리 활동의 기재분량을 축소한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교육과정내 창체동아리의 역할이 더욱 중요성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율과 창체 동아리를 합해 기록하던 특기사항의 기재분량 '500자'는 축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입생들은 기존에 학교에 개설된 동아리에 가입할 수도 있고, 진로 희망분야와 뜻을 같이 하는 친구들과 창체동아리를 구성하고 지도교사를 찾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출신 중학교와 관계없이 새로운 친구들과 말문을 트고 관심분야에 대해 얘기해보고, 선생님을 찾아가 동아리 활동의 지도를 부탁하는 것은 마음을 열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수행평가나 경시대회도 마찬가지다. 지금처럼 과정형 평가가 강조되는 때에는 혼자서 탐구한 결과가 아니라, 조별 탐구와 발표가 평가에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모둠을 구성하고 자료조사부터 발표에 이르기까지 친구들과 부대끼면서 결과물을 만들어 본 아이들은 그 과정에서 훌쩍 성장한다. 인성교육이 이뤄지는 것도 이 지점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의 공통평가요소로 거론되는 학업역량, 전공 적합성, 인성, 발전 가능성 중 '인성'은 가장 정량화해서 평가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하지만 인성이 부족한 학생이 나머지 요소에서 좋은 결과를 거두는 경우는 드물다.
인성영역 중에서 개인적 성품에 해당하는 도덕성과 품성, 성실성과 더불어 나눔과 배려, 팀워크와 협력, 대인관계와 의사소통 능력은 타인과의 관계능력을 일컫는다. 결과적으로 '알고 있는 지식의 양'보다 실행할 수 있는 '역량 중심'으로 평가의 방향이 옮겨가고 있는 시점에서 마음을 열고 친구나 선생님에게 다가가지 않으면 역량을 키우는 기회는 줄어든다.
예전 대학에서는 창의적 문제해결능력 같은 개인적 창의성을 중시했으나, 지금은 의사소통능력, 협업능력을 통한 집단적 창의성에 관심이 크다. 마음을 열고 친구와 함께 특정 관심분야에 집중하고 결과물을 만들어 내려는 노력은 창체활동 특기사항,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교과 세부능력 특기사항란 등에 고스란히 담기게 마련이다. 결국 그런 경험을 직접 한 학생들이 면접전형에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역량을 발휘한다.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이 있다. 병아리가 안에서 쪼는 '줄'과 어미새가 밖에서 알을 쪼는 '탁'이 있어야만, 병아리가 알을 뚫고 세상 밖으로 날개짓 칠 수 있듯이, 스스로가 원할 때 부모와 어른들은 그것을 도와주면 된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배움을 원치 않는 학생까지 아무도 낙오시키지 않고 배움의 장으로 이끌어야 하는 것이 이상적 교사이지만, 현실적으로 자기 주도성이 떨어지는 학생에게까지 관찰의 기록을 풍부하게 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아이들은 저마다 뜨거운 에너지를 품고 있다. 학종 시대, 가슴 속에 품은 에너지를 혼자만 간직하지 않고 친구들과 협업을 통해 멋진 성과를 만들어 낸 아이들의 합격사례는 많다.
신학기, 마음을 열어야 대입으로 가는 문도 열리고 아이들이 키우고 있는 잠재력이라는 나무에 합격의 열매도 열린다.
신기훈(능인고 진학부장)
댓글 많은 뉴스
구미 '탄반 집회' 뜨거운 열기…전한길 "민주당, 삼족 멸할 범죄 저질러"
尹 대통령 탄핵재판 핵심축 무너져…탄핵 각하 주장 설득력 얻어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
이낙연 "'줄탄핵·줄기각' 이재명 책임…민주당 사과없이 뭉개는 것 문화돼"
尹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임박…여의도 가득 메운 '탄핵 반대'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