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명곡에 얽힌 이야기 ⑨ '승리'사인이기에 금지를 면한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

베토벤
베토벤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은 9번 '합창'과 함께 가장 많이 연주되고 있는 곡이다. 내용과 형식에서 최상의 구조적 완성도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운명 교향곡은 이런 에피소드가 전해진다.

전쟁 중에는 어느 나라나 적성국의 음악 연주나 방송이 금지되는 것이 통례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미국, 영국, 러시아 등 연합국 쪽에서는 독일, 일본, 이탈리아의 음악이 금지되었다. 독일인 작곡가인 베토벤의 음악도 연합국 측에서는 당연히 공연이나 방송이 되지 않았다. 다만 한 곡 예외 음악이 바로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이었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세 번 짧고 한 번 긴 박자 ''밤밤밤 바~'로 시작하는 운명의 1악장의 첫 네 음 리듬이 모르스 부호로 '승리'(victory)의 첫 글자 'V'를 의미했기 때문에 승리를 상징하는 음악으로 널리 사용됐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BBC 방송은 전쟁 승리를 염원하는 뜻으로 뉴스 시그널로 이 음악을 사용했다. 적국인 독일 작곡가의 음악을 빌리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영국인들은 베토벤을 독일 작곡가가 아니라 인류를 대표하는 음악가로 인정한 것이다.

4개 악장으로 구성된 운명 교향곡은 클라리넷과 현악이 어우러진 제1테마로 1악장을 시작하며 이 테마가 1악장을 지배한다. 2악장에서는 느린 박자의 테마가 조용하고도 명상에 잠긴 듯한 선율로 악장의 중심을 잡고, 여러 형태로 변주된다. 3악장은 빠른 박자의 춤추는 듯한 리듬을 보여주지만 명랑하기보다는 오히려 비통한 소리로 절규하는 듯하다. 신비롭고 경쾌한 선율이 끊기지 않고 다음 악장으로 넘어간다. 4악장에서는 개선가처럼 힘차게 시작되며 지금까지 긴장된 것이 마침내 폭발하는 모습을 그린다.

'밤밤밤 바~, 밤밤밤 바~'로 시작되는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을 들으면서 삶의 운명, 또는 승리에 대해서 생각해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