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유명 TV 스타, 할리우드 배우, 기업체 CEO 등이 연루된 역대 최대 규모의 대학 입시비리 사건이 터졌다. 부자 학부모들의 비뚤어진 자식 사랑과 일부 대입 컨설턴트의 거침 없는 불법 행위가 국내 드라마 'SKY 캐슬'을 연상케 하면서 미국 사회에 커다란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스탠퍼드, 예일, UCLA 등 내로라하는 명문대 운동부 코치들이 거액을 받고 유명인사 자녀들을 체육특기생으로 부정 입학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타임즈 등 외신에 따르면 매사추세츠 연방지방검찰청 앤드루 렐링 검사와 연방수사국(FBI) 조지프 보나보론타 보스턴 지부장은 12일(현지시간) 이번 사건의 전모를 공개하면서 2011년부터 최근까지 8년간 학부모와 입시 브로커, 대학 코치, 대입시험 관리자 사이에 오간 뒷돈의 규모가 무려 2천500만 달러(약 283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학부모 33명, 대학코치 9명, 입시브로커 등 총 50여명이 연루됐다.
학부모 중에는 ABC 방송 인기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에 출연한 TV 스타 펠리시티 허프먼과 시트콤 '풀하우스'에 나온 배우 로리 러프린이 포함됐다. 러프린은 패션 디자이너인 남편과 함께 두 딸을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 조정팀에 넣어주는 대가로 입시 브로커에게 찬조금으로 가장한 사례금 50만 달러를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USC에 들어간 러프린의 딸 올리비아 제이드 지아눌리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 수백만 명의 구독자와 팔로워가 있는 소셜미디어 스타로도 유명하며 그녀는 대학입학 체험기와 일상생활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큰 인기를 끌었다. 허프먼도 수만 달러의 뒷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뉴욕 소재 로펌 공동대표인 고든 캐플런 변호사, LA 소재 부티크 마케팅업체 대표 제인 버킹엄, 뉴욕 소재 포장업체 대표 그레고리 애벗 등 기업체 CEO들도 다수 포함됐다.
캘리포니아주 뉴포트비치에 있는 입시 컨설팅업체 대표인 윌리엄 싱어가 학부모와 대학 코치 등을 연결하는 브로커 역할을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싱어는 'SKY 캐슬'에서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을 연상시키는 '미국판 김주영'과 같은 역할을 했다.
그는 120만 달러(약 13억6천만 원)의 뇌물을 건네 한 번도 제대로 된 축구팀에서 뛰어본 적이 없는 여학생을 '스타 축구선수'로 둔갑시켜 명문 예일대에 체육특기생으로 스카우트되게 했다. 또 학습장애가 있는 것처럼 속여 특별시험장에서 일반 수험생보다 더 오래 시험을 치른 한 고교생의 답안지 오답을 정답으로 고쳐 서부 명문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 합격시켰다.
싱어는 SAT·ACT 등 대학 입학시험 관리자들과 짜고 대리시험을 보게 하거나 건당 1만5천∼7만5천 달러에 입학시험 관계자를 매수해 정답을 빼내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 외에 수험생의 인종과 기타 신상정보를 위조해 대입 과정에서 소수인종 우대 정책(affirmative action)의 특혜를 볼 수 있도록 주선한 일도 있었다. 김지석 선임기자 jiseok@imaeil.com·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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