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말레이, 김정남 살해 베트남 여성 석방 않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살해혐의로 기소된 인도네시아 국적자 시티 아이샤(가운데)가 11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외곽 샤알람 고등법원에 도착하고 있다. 베트남 국적자 도안 티 흐엉과 함께 지난 2017년 2월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시티는 이날 말레이시아 검찰이 기소를 취하하면서 즉각 석방됐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살해혐의로 기소된 인도네시아 국적자 시티 아이샤(가운데)가 11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외곽 샤알람 고등법원에 도착하고 있다. 베트남 국적자 도안 티 흐엉과 함께 지난 2017년 2월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시티는 이날 말레이시아 검찰이 기소를 취하하면서 즉각 석방됐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베트남 여성의 석방이 불발됐다.

14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검찰은 이날 베트남 국적자 도안 티 흐엉(31)에 대한 공소를 취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흐엉은 구속 상태로 계속 재판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흐엉 측 변호사는 말레이 검찰이 "심술궂은"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던 인도네시아인 피고인 시티 아이샤(27·여)가 지난 11일 검찰의 공소 취소로 석방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공정한 조처라는 지적이다.

흐엉은 시티와 함께 2017년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체포돼 재판을 받아왔다.

이들은 리얼리티 TV용 몰래카메라를 찍는다는 북한인들의 말에 속아 살해 도구로 이용됐다면서, 불쾌한 냄새가 나는 기름 같은 느낌의 물질을 얼굴에 바르고 반응을 촬영하는 것인 줄만 알았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검찰은 김정남을 살해할 당시 두 여성이 보인 모습이 '무고한 희생양'이란 본인들의 주장과 거리가 있다면서 이들이 '훈련된 암살자'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말레이 검찰은 지난 11일 돌연 시티에 대한 공소를 취소했고, 재판부는 별도의 무죄 선고 없이 시티를 석방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장기간의 외교적 로비"를 통해 석방을 성사시켰다고 설명했다.

재판을 끝까지 진행했을 경우 어떤 판결을 내리든 관련국 정부와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는 점 때문에 현지에선 말레이시아 정부가 이쯤에서 사건을 마무리하고 싶어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이에 팜 빈 민 베트남 외무장관은 12일 사이푸딘 압둘라 말레이시아 외무장관과 전화통화를 하고 공정한 재판과 흐엉의 석방을 요구했고, 현재도 외교채널을 통해 석방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베트남 국민들은 14일 전후 석방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말레이시아 검찰이 이를 거부하면서 양국 관계에 긴장이 초래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외교 관계를 고려해 법치 원칙을 저버렸다는 비판을 의식해 흐엉을 석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을 수 있다.

한편, 북한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김정남이 아닌 '김철'이란 이름의 자국민이 단순 심장마비로 사망했고, 리재남 등 4명은 그가 숨진 시점에 우연히 같은 공항에 있었을 뿐이란 입장이다.

말레이시아는 북한인 용의자 4명을 '암살자'로 규정하면서도 북한 정권을 사건의 배후로 직접 지목하지는 않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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