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민체육 진흥법 지방 체육의 뿌리 흔든다.

올해 초 개정'공포된 국민체육진흥법이 지방 체육의 뿌리를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법안은 일선 자치단체장과 의원이 체육단체장 겸직을 못 하도록 한 것이 핵심인데 재정 지원의 대부분을 지자체에 의존하고 있는 지역 체육의 현실을 외면한 처사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역별 체육회장 선거가 치러질 경우 지방 체육은 정치와 체육 분리라는 법 개정 취지보다는 오히려 정치 예속 가속화는 물론 지역 체육계의 갈등과 반목, 줄서기 등 부작용이 더욱 심화할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커지고 있다.

15일 대구 동구의 한 식당에서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과 대구시 체육회 박영기 상임 부회장, 신재득 사무처장을 비롯한 8개 구'군 체육회 부회장과 사무국장이 참석한 가운데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 시행(2020.1.16)을 앞두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간담회가 마련됐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시체육회와 시군 체육회 관계자들은 재정 독립이라는 전제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지방 체육은 고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를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선거를 통한 지역 체육단체장 선출은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 통합으로 아직 남아 있는 갈등을 조정하기는커녕 선거의 공정성 시비, 대규모 선거인단 구성과 과도한 선거비용 소요 등 부정적 요인이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며 지역 체육단체장 선출은 선출이 아닌 회장 추천기구를 통한 총회에서 추대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또 지역체육회의 안정적인 재원 마련과 체육인 권익 보호를 위해 시도체육회를 법정법인으로 전환 등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현재 전국 17개 시도체육회와 시군체육회의 회장은 해당 지역 지자체장이 당연직으로 맡고 있다.

대구의 경우 시체육회와 구군 체육회 전체 예산의 80% 이상이 지자체에서 지원된다. 이 예산은 시민 체육 활성화와 실업팀 운영, 엘리트 체육 지원, 조직 운영 등에 투입된다. 지자체 지원이 없이는 지방 체육은 존재할 수가 없는 게 현실인 셈이다.

그러나 내년 1월 15일 현재 각 지역 체육회장을 맡은 지자체장들의 임기가 끝나면 민간인으로 새로운 회장을 선출해야 하는데 적지 않은 문제점과 부작용이 예상되고 있다.

'정치와 체육 분리, 체육의 독립성과 자율성 확립, 체육 단체의 선거조직 이용 차단'을 목적으로 한다던 법 개정 취지가 오히려 더 큰 부작용만 양산할 수 있다는 것이 지역 체육계의 중론이다.

대구시 체육회 관계자는 "체육단체 법인화 및 법률, 조례, 규정 명문화를 통해 안정적인 예산 대책 마련이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정안이 시행되면 지방 체육을 사지로 몰고 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체육회장 선출 방식도 시도체육회의 자율적인 선택을 보장해 각 지역의 현실과 특성에 따라 선출할 수 있도록 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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