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봉산문화회관 2019 GAP전 '천국보다 낯선'전

정기엽 작.
정기엽 작.

최선 작.
최선 작.

톡톡 튀는 발상을 갖고 세상을 바라보는 젊은 예술가의 실험성을 가까이서 느껴볼 수 있는 봉산문화회관의 '유리상자-아트스타'의 새로운 프로젝트인 'GAP'전은 지금까지 '유리상자-아트스타'에 소개됐던 69명의 작가 중 2명의 작가를 선정해 새로운 변화를 선보이는 기획전시이다.

'다름'과 '차이'를 상징하며 '공간의 틈' '공백' '사이'를 내포하고 있는 봉산문화회관의 'GAP'전은 유리상자 작가의 성장과 변화, 또 다른 매력을 조명하려는 전시로 이번에 정기엽과 최선 작가가 참여하는 '2019 GAP전-천국보다 낯선'(Stranger than Paradise)을 1~3전시실에서 30일(토)까지 열고 있다.

물, 안개, 빛, 소리, 유리 등을 이용해서 실험적 설치작업을 발표하며 현실의 구조에 관심을 가져온 정기엽 작가의 '제주예수 2019' 작품은 제주의 알파벳 표기인 Jeju를 Jesus로 잘못 읽은 경험으로 만들어 진 것이다.

노른자위 땅은 중국인들이 차지해 카지노가 들어서고 전망 좋은 곳은 고급 리조트가 차지해 버린 제주가 자본에 의해 겪는 희생이 4'3사건이라는 역사적 희생과 다르지 않아 더욱 처량하게 느낀 작가는 제주의 희생을 위로하는 제의적 장치로 '물의 묘'를 만들었다.

곧 허물어지고 사라질 현재 혹은 과거의 것들에 대한 애착과 아쉬움을 담은 '닥쳐올 내일들이 나는 이미 그립다 2019'는 가습기와 포그머신을 이용해 신기루처럼 형성된 안개 속에서 아른거리는 풍경을 통해 인간 본연의 모습이자 우주 섭리를 나타내는 정자와 난자의 이미지, 대성당의 장미창과 석굴암의 부처 등 종교의 본질을 나타내는 문양과 작가가 살던 집과 사람들의 모습이 신기루처럼 나타난다.

한편 미술에 관한 사회 통념적 가치들을 반전시키고 스스로의 가치를 생산해내는 방식을 실험하며 현실의 삶과 그 대응태도를 되돌아보려는 최선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우리 시대 현실 풍경을 미술 방식으로 해석한 7개의 설계를 선보이고 있다.

처음 최선의 작품을 접하면 누구든 쉽게 추상미술로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작품을 가만히 들여다보거나 작품캡션을 보면 붓으로 그린 그림이 아니라 생명체가 남긴 흔적들로 인간 본연의 가치를 두고 침, 입김, 숨, 똥 때론 식물 또는 동물의 분비물이나 사체, 뼈다귀 등을 이용해 만든 설치미술임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이런 설치미술을 통해 작가가 추구하는 것은 무엇일까?

최선 작가는 추상회화가 안고 있는 문제점 또는 한계를 아주 근본적으로 지적하면서 자칫 허무주의로 기울 수 있는 추상회화의 한계를 넘어서는 시도를 하고 있다. 모호한 듯 분명한 그의 작품은 시각적으로 완성도를 지닌다. 그 어떤 가치나 의미를 부정하는 듯하나 작품을 자세히 보면 그 의미는 어떤 작품보다도 강렬한 게 특징이다.

두 작가의 예술은 얼핏 우리에게 낯선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 생의 사건들을 가치 있는 확장 가능태로 바라보려는 예술가의 태도, 즉 다름과 차이성을 인정한다면 새로운 세계관에 눈이 뜨일 수도 있는 것이 이번 봉산문화회관의 '2019 GAP전'이다.

문의 053)66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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