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남성복 시장이 축소되고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2011년 6조8천억원에 달했던 남성복 시장 규모는 지난해 4조995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비즈니스 캐주얼이 일상화되면서 부담스러운 정장 차림을 고집하는 소비자가 줄었기 때문이다.
이런 시장 흐름에서 황순창(30) 씨는 지난해 대구 동구 신서동에 맞춤 정장점 '브루스왈츠'를 차렸다. 어찌 보면 무모한 시도를 한 셈이다.
경남대학교 의류산업학과를 졸업한 황 씨는 국내 패션브랜드에서 비주얼 머천다이징(VMD) 직원으로 일하며 업계에 발을 들였다. 2년 동안 매장 마네킹에 유행에 맞는 옷을 입히고 매대를 꾸미는 일을 하며 디자이너라는 꿈을 키웠다.
황 씨는 "학생 때부터 꿈은 자기 브랜드를 가진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었지만 무작정 가게를 차리기에는 돈도, 경험도 없어 취업을 택했다"며 "정장부터 아웃도어 브랜드까지 여러 종류의 옷을 다루며 감각을 익힐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일과 공부를 병행하던 황 씨는 2014년 창업을 결심하고 회사에 사표를 냈다. 별도 매장은 차리지 않고 온라인으로 신청을 받아 출장을 다니며 맞춤 정장을 만들어 주는 식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손님은 빠르게 늘었다. 특히 맞춤 정장을 주문한 손님의 재신청 비율이 높았다. 직접 매장을 방문해 보고 옷을 고르고 싶다는 손님들의 요구까지 나오자 황 씨는 지난해 신서동에 오프라인 매장을 차렸다.
황 씨는 손님 개개인의 특징을 옷에 적극 반영한 점이 주효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손님이 주문하는 대로만 옷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소매 길이부터 정장 색깔까지 모든 부분을 손님과 협상하듯 상담하고 있다. 오히려 이런 방식에 손님들의 만족도가 높았다"며 "대학에서 패션을 전공하고 실무 경험을 쌓은 점도 도움이 된다. 원단 하나 하나의 장단점과 최신 유행을 파악하고 있어 더 좋은 옷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 씨는 어느 정도 사업이 자리를 잡은 지금도 여전히 경기가 좋지 않아 자영업이 쉽지만은 않다고 했다. 기성복에 비해 가격대가 높은 맞춤 정장은 더욱 그렇다. 결혼식이 많은 봄·가을에는 예복 주문이 몰려 매출이 꽤 발생하지만 비수기에는 매장 임대료, 직원 월급마저 부담이다.
황 씨는 "오프라인 매장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맞춤 정장만 만들기에는 시장이 작은 것이 사실이다. 정장은 불편하다는 선입견도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라며 "잘 만든 정장은 다른 캐주얼 의류보다도 편하다는 점을 알리는 게 제 역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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