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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로 만든 파크골프장 사유화 지적에도 손놓은 대구시…"권한 없다" 변명하지만 보조금은 4천685만원 지원

지난 5일 대구 북구 강변파크골프장에서 이용객들이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지난 5일 대구 북구 강변파크골프장에서 이용객들이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혈세를 들여 만든 파크골프장을 민간단체가 사실상 사유화하고 있지만 정작 엄정한 관리감독을 해야 할 대구시는 눈을 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간단체인 대구시파크골프협회가 협회 미가입자의 시설 이용을 제한하거나 불법 컨테이너 사무실을 차려놓고 영리 목적 활동까지 벌여온 사실(매일신문 12일 자 8면)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대구시는 '권한이 없다'는 변명만 늘어놓으며 협회에 대해 소극적인 대응만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협회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은 대구시체육회에 있고, 시가 공문을 보내면 협회 운영 실태를 점검할 수 있지만 아예 눈을 감은 것이다. 때문에 시와 구·군이 세금으로 조성한 공유재산을 민간단체가 사실상 사유화하며 일반 이용객들을 차별 대우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대구시가 이를 묵인 및 방조한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대구시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18일 "매일신문 보도 이후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구·군에 보냈다"면서 "매달 시설을 통째로 대여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체육시설관리사무소 측이 시설마다 직원을 파견해 완전 직영화하는 방안 등 여러 가능성을 놓고 검토 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구·군에 확인한 결과, 현장 단속 등 뚜렷한 대책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파크골프 동호인은 "누군가 신천변 산책로에다 컨테이너 사무실을 설치하고 이른바 '산책협회'를 차려서 통행세를 거둔다면 대구시가 가만히 있겠는가"라며 "사태의 심각성과 비교해 시가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18일 오후 대구 시내 한 파크골프장에 휴장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8일 오후 대구 시내 한 파크골프장에 휴장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취재 결과 대구시는 지난해 대구시체육회를 통해 파크골프협회에 4천685만원을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원만 하고 관리·감독에는 태무심한 셈이다.

대구시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시에는 협회에 대한 감사 권한이 없어 직접적인 대책 마련이 어렵다"고 변명했다. 규정상 협회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은 권영진 대구시장이 당연직 회장을 맡는 대구시체육회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시체육회 관계자는 "대구시파크골프협회는 시체육회 산하 종목단체로, 체육회에 감사 권한이 있다. 하지만 아직 대구시로부터 감사나 관리감독에 대한 요청이 들어온 적은 없다"고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시설 안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협회 측의 책임보다는 시설 관리 차원의 문제라고 봤다"며 "대구시체육회는 종목단체의 행사에 제공한 지원금에 대해서만 감사할 권한이 있다고 판단해 현 사안과는 다르다고 보고, 관련 요청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구시파크골프협회가 혈세로 만든 파크골프장에서 협회 미가입자의 시설 이용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엉뚱한 수익을 거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달 초 대구 동구 봉무동 파크골프장에 걸린 현수막의 모습. 협회에 가입하면 주는 스티커가 없이는 시설 출입을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이통원 기자
대구시파크골프협회가 혈세로 만든 파크골프장에서 협회 미가입자의 시설 이용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엉뚱한 수익을 거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달 초 대구 동구 봉무동 파크골프장에 걸린 현수막의 모습. 협회에 가입하면 주는 스티커가 없이는 시설 출입을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이통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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