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 침묵의 시력 도둑 '녹내장'…조기 발견이 최선

이종은 동산병원 교수

녹내장은 백내장, 황반변성과 더불어 3대 실명원인 질환의 하나이다. 백내장의 경우 대부분 수술로 시력을 회복할 수 있지만, 녹내장은 시신경이 손상되는 질환으로 한 번 손상된 신경은 현재의 기술로 되살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때문에 녹내장은 자각증상이 없는 초기에 발견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녹내장이 노인만의 질환이 아니라는 점에서 장년층이 주의가 특히 필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녹내장 진료인원이 2015년 76만7천342명에서 2017년 87만 3천977명으로 3년 사이에 10만명 가량이나 증가했다. 60대가 23%로 가장 많았지만 50대가 21.1%로 그 뒤를 따랐다. 녹내장은 40대부터 큰 폭으로 증가해 40~70대가 전체 진료인원의 78.9%를 차지한다. 남성과 여성의 비율은 각각 45.9%와 54.2%로 여성이 좀 더 많았다. 소리 없이 찾아와 실명에까지 이를 수 있는 녹내장에 대해 자세히 살펴본다.

◆아무런 증상이 없는 '만성 녹내장' 주의

우리 눈 속에는 영양분을 함유한 물(방수)이 끊임없이 순환하고 있다. 일정한 양의 방수가 만들어지고 그 만큼의 방수가 방출되면서 눈은 일정한 압력을 유지하게 되는 셈이다. 마치 농구공에 적당한 압력의 공기가 들어있어야 정상적인 역할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이다.

그런데 방수 방출경로에 이상이 생기면 눈에 압력이 높아져 시신경을 누르게 되고, 시야가 좁아진다. 심한 경우에는 실명에 이르게 된다. 이게 바로 녹내장이다. 시신경은 일단 손상이 되면 회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녹내장의 조기 진단과 치료는 더욱 중요하다.

급성 녹내장은 시력 저하, 안구 통증 외에도 두통, 구역질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환자가 이상증세를 느끼고 병원을 찾을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전체 녹내장의 90%를 차지하는 만성 녹내장의 경우 초기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다는 점이다. 시야가 줄어드는 등 녹내장을 의심할 수 있는 특징을 보이기 시작하면 이미 녹내장이 어느 정도 진행된 이후이다.

녹내장의 시야 손상이 주변부부터 발생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독서를 하거나 물체를 주시할 때 사용하는 중심 시력은 녹내장이 많이 진행하기 전까지는 계속 보존되기 때문에 환자가 자신의 증상을 자각하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녹내장이 진행하는 과정에서 환자들은 바라보던 물체를 갑자기 놓치거나, 없던 물체가 갑자기 나타나는 증상을 자주 경험한다. 이런 증상은 계단을 내려가거나 운전 도중에도 발생할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

◆정상 안압 녹내장도 있다

눈의 혈압이라고 할 수 있는 안압은 녹내장의 발생 여부를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안압이 높아지면서 시신경을 압박하게 되고 시신경이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게되면 손상을 입게 된는 것이다. 그러나 안압이 정상인데 녹내장이 발생하는 '정상 안압 녹내장'도 있다. 세계적으로 볼 때 정상 안압 녹내장은 10% 미만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는 정상 안압 녹내장의 비율이 유독 높다. 우리나라 녹내장 환자의 70% 정도가 정상 안압을 가지고 있다. 안압이 정상이라고 해서 녹내장을 안심 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이종은 계명대 동산병원 안과 교수는 "안압이 정상범위에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마다 버틸 수 있는 안압의 정도가 다르고 시신경에 공급되는 혈류가 불안정해 녹내장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일반적으로 안압이 높은 사람, 높은 연령, 고도근시 환자에서 녹내장의 발생 빈도가 높은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안구 내 염증이 있거나, 부모·형제 중에 녹내장 환자가 있는 사람, 안구 외상을 입은 경우, 스테로이드 제제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 역시 녹내장 발생 위험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 "평생 관리하고 치료해야 한다"

녹내장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서는 안압 검사를 비롯해 시야 검사, 시신경 및 시신경섬유층 검사, 각막두께 및 전방각 검사 등 시신경 상태를 정밀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정상 안압 녹내장의 경우에도 안압을 낮추는 치료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증상과 정도에 따라 약물·레이저·수술 등으로 안압을 낮추고, 시신경으로 가는 혈류가 불안정해 녹내장이 발생했다면 혈액순환 개선제를 처방한다. 그러나 이미 손상된 시신경은 원래의 상태로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녹내장 치료의 목적은 더 이상의 손상을 막아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종은 동산병원 교수

이 교수는 "녹내장은 완치하는 질환이라기보다는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관리하는 질환이다. 적절한 치료를 통해 더 이상 나빠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치료방법이다"면서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한다면 녹내장으로 인한 시야 손상의 대부분을 늦추거나 막을 수 있다. 따라서 녹내장으로 인한 실명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기적인 녹내장 검진에 따른 조기 발견과 전문적인 치료"라고 강조했다.

도움말 이종은 계명대 동산병원 안과 교수

※녹내장(glaucoma): 눈으로 받아들인 빛을 뇌로 전달하는 시신경에 이상이 생겨, 그 결과 시야결손이 나타나는 질환. 시신경에 이상이 생기게 되면 시야 결손이 생기게 되고 방치하면 실명(시력을 잃어 앞을 못 보게 됨)에 이른다.

※백내장(cataract) : 눈 속의 수정체(렌즈)가 어떤 원인에 의해 뿌옇게 혼탁해져서 시력장애가 발생하는 질환. 유전적인 원인이나 임신초기의 풍진 감염 등에 의해 선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노화나 외상, 전신질환, 눈 속 염증, 독소 등에 의해 발생하는 후천백내장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황반변성(macular degeneration) : 안쪽 망막의 중심부에 위치한 신경조직을 황반이라고 하며, 이 황반은 시세포의 대부분이 모여 있고 물체의 상이 맺히는 곳이어서 시력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이 황반부에 변성이 일어나 시력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을 황반변성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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